[월요논단] 이노비즈기업이 본 국가 R&D 개편안

골퍼들은 누구나 한번쯤 1m 앞도 안 보일 만큼 자욱한 안개 속에서 캐디가 일러주는 방향에 맞춰 스윙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 사태와 초고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물가급등 등으로 촉발된 우리 경제의 어려운 상황은 중소기업들에는 앞이 전혀 안 보이는 안개 속과 같게 느껴진다. 안개에 휩싸여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기술혁신중소기업들에 방향성을 일러 줄 캐디와 같은 존재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 아닐까 싶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이노비즈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노비즈기업(기술혁신중소기업)이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R&D 투자비가 2∼3배 높다고 한다. 즉, 이노비즈기업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10년 이상 기업을 성장시키면서 운영해 오고 있으며 연간 폐업률이 0.2% 정도로 아주 낮다.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일반중소기업에 비해 3∼4배 이상 많다.

 최근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은 국가 R&D 체계 혁신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옛 산자·정통·과기부에서 지식경제부로 이관된 107개 기술개발사업을 49개로 통합·단순화하고, 중소기업청은 12년된 R&D 지원시스템을 개편하는 ‘중기 R&D, 시장밀착형 체질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의 핵심 개념은 시장이 원하는 R&D 지원으로 사업화 성과를 제고하고 편리하고 투명한 R&D 지원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즉, 처음부터 상용화 가능성이 큰 과제만 체계적으로 선별하고, 제품화 단계까지 끝까지 제대로 지원하며, 기술적 성과가 사업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주요 목표다. 또 획기적인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민간 주도의 더욱 자율적이고 편리한 R&D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지식·기술·정보시대에 중소기업의 기술력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인데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이 수요자 중심의 R&D 지원시스템 개편을 마련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 R&D 지원 목표 달성을 위한 효율적 방안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국가 R&D 사업 중 산업화 중심의 과제들은 사전기획단계부터 기술혁신중소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게 개방돼야 한다. 대형 국가 과제의 사전계획이 주로 연구기관·대기업·교수 등에 따라 이루어지게 되면 기술혁신중소기업이 과제에 참여하기 어렵다. 이번 개편 내용 중 단체·벤처캐피털·대기업 등이 참여하는 ‘과제발굴 연구회’를 구성해 중소기업형 유망 품목 발굴 및 제품지도를 작성하는 것이 포함돼 있는데, 기술기반 중소기업들이 ‘과제발굴 연구회’를 구성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국가 R&D의 산업화 지원 사업은 기술기반 중소기업에 전액 지원돼야 한다. 국가가 지원하는 대기업의 R&D는 미래 기초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하고, 산업화 중심의 국가 R&D 사업의 실 수요자는 기술혁신중소기업이 돼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지정해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워 왔다. 지금은 기술혁신중소기업에 산업화를 위한 국가 R&D 예산의 50% 정도를 5년간 지속, 집중적으로 할당,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한 때다. 즉, 국가 R&D 지원 자금을 기술기반 중소기업에 과감히 배정해 기술기업 창업을 유도하고, 기술창업 기업이 핵심역량을 확보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전형 기업생태계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토대 위에 이노비즈기업들이 세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기술과 제품을 개발, 독일과 아일랜드의 강한 기술 기업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한미숙/이노비즈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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