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 혁명, 올림픽이 변화한다

 베이징올림픽이 디지털 미디어 혁명으로 야기된 변화를 온 몸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인터넷과 3세대 휴대폰 등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는 젊은이들을 TV에서 멀어지게 하는 부정적 결과를 낳았지만, 한편으로 TV 외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로이터는 8월 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 시청 행태는 물론 정식 종목·개최지 선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의 역할을 집중 조명했다.

◇TV생중계 ‘NO’, 하이라이트 ‘OK’=“올림픽 TV 생중계를 왜 봐요? 밤마다 하이라이트를 보면 되는데...” , 영국에 거주하는 19세 청년 리차드 커슨스의 대답은 명쾌하다.

기성 세대가 실시간 TV 경기에 열광했다면 신세대들은 올림픽 대신 비디오 게임이나 인터넷에 심취해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40대였다. 각종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음악·게임·영화 등 방대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접하고 사는 젊은이들에게 스포츠 경기는 더 이상 매력적인 볼거리가 아니다.

◇IOC, ‘젊은 시청자를 잡아라’=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한 디지털 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으로 적지않은 전세계 잠재 시청자를 잃게 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고민에 빠졌다. 올림픽 광고와 방송권 등을 통해 창출되는 수십억달러의 수입이 공중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젊은이들을 TV앞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IOC는 동계올림픽에 스노보드를 등장시킨 데 이어 이번 베이징 올림픽부터 일명 ‘묘기자전거’로 불리는 ‘BMX’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하는 등 묘수를 짜내기 시작했다.

특히 첫 ‘디지털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그동안 인터넷을 통한 스포츠 콘텐츠 배포에 엄격한 규제를 가했던 IOC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IOC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최초로 출전 선수들에게 스포츠 콘텐츠를 활용한 블로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알렉산더 브롱스키(Alexander Vronski) 소치 동계올림픽 기술 부사장은 “정보기술(IT)은 올림픽을 가능케 하는 핵심 요소”라며 “뉴미디어가 전세계를 연결시켜준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혁명, 새로운 구원투수=디지털 미디어는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는 위험요소로 작용한 동시에 올림픽을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방송 시간의 한계로 주목받지 못했던 비인기 종목들도 인터넷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미국 NBC는 아테네게임의 3배에 달하는 3600시간 분량의 베이징 올림픽 프로그램을 방영하는데, 이중 3분의 1은 인터넷 스트리밍 형태로 선보인다.

3G 휴대폰도 이번 올림픽의 화두다. 경기에 출전한 선수와 방문객들이 중국 현지에서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전세계 각국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림픽 경기 홍보 대행사의 존 팁스는 “디지털이 수십억의 시청자를 다시 불러모으는 잠재력을 지녔다”며 “이로 인해 스포츠에서 멀어졌던 다수 광고주들을 스폰서로 복귀시킬 날도 머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김유경기자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