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SAP 법적공방 `점입가경`

 오라클이 오랜 라이벌인 SAP를 향한 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 회사는 지난 16개월 동안 SAP가 인수한 애플리케이션 업체 투모루나우(TomorrowNow)가 영업 비밀을 훔쳐 피해를 입혔다며 공격해왔다.

 29일 외신에 따르면 오라클은 투모루나우의 불법 행위에 SAP 전직 임원들까지 연루한 혐의를 포착했다며 2007년 3월 기소 내용을 수정해 다시 법원에 제출했다. 시나리오에 따라서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해 온 오라클과 SAP의 운명이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SAP, 문제의 회사 폐쇄 방침까지 발표했지만=오라클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추가 공격을 감행했다. 바로 2주 전 SAP는 논란이 된 투모루나우를 매각 등을 통해 비계열화하겠다고 발표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번 오라클의 공격은 SAP로서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라클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고 이 문제에 관한한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속셈을 내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SAP와 투모루나우 악연이 시작된 것은 2005년 오라클이 피플소프트를 인수하면서부터다. SAP는 피플소프트에 대항할 업체로 투모루나우를 인수했다. 투모루나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피플소프트 고객사의 유지보수 업무를 제공했고, 이는 오라클을 크게 자극했다. 투모루나우는 피플소프트 외에도 시벨시스템스, JD 에드워즈 등 오라클이 새롭게 인수한 회사의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오라클의 새로운 주장들=지금까지 오라클의 주장은 투모루나우 직원들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오라클 시스템에 칩임, 고객 정보와 같은 기업 비밀 정보를 다운로드해갔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이번엔 투모로나우의 행동을 알고도 SAP가 묵인해왔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헤닝 카거만 CEO를 비롯한 SAP 임원들은 인트라넷으로 투모루나우의 시스템에 접속, 정기적으로 각종 자료를 교환해 왔다는 것이다. 2005년 6월 SAP 임원들은 투모로나우의 불법 행위를 덮기 위해 ‘프로젝트 블루’라는 비밀 계획까지 시도하려 했으며 SAP의 컴퓨터 1대에서 오라클 프로그램 800만개가 발견됐다는 주장도 펼쳤다.

 ◇지리한 법적 공방 예고=현재 상황은 SAP한테 유리하게 돌아가지는 않고 있다. SAP는 “오라클의 주장은 지난해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반복하는 수준”이라면서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법원에서 밝힐 것”이라며 코멘트를 거부했다.

 반면 오라클은 방대한 근거 자료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카거만 SAP CEO가 “투모루나우의 행동에 어느 정도 잘못이 있는 것 같다”고 시인한 바 있어 SAP는 어느 정도의 법적 부담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SAP와 오라클의 심리 공판은 2010년 시작될 예정이며 전문가들은 지리한 법적 공방 역시 예고돼 있다고 분석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