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심야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하려는 한나라당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알려지자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부처와 학계·시민단체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청소년의 과도한 게임 몰입은 어른들이 지켜줘야 하지만 과연 이를 법으로 정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게임산업을 육성하면서 청소년이 과몰입하는 걸 방지할 수 있는 다른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아날로그 시대의 잣대로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갈 청소년을 재단하는 발상”이라며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늘 이와 같은 구시대적 규제가 나왔는데 앞으로 정보민주화 침해와 검열 강화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부도 법제화에는 반대를 제기했다. 문화부는 “지난 6월 개정된 게임산업진흥법에 친권자가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 제한을 의뢰하면 업체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항을 새로 마련했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게임업계는 규제 완화를 내건 정부가 게임산업에만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며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최승훈 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셧다운제는 산업적 폐해뿐 아니라 이미 법적으로 등급을 받은 게임을 이중으로 규제하는 비합리적인 제도”라며 “아울러 가족의 자율성과 자녀에 대한 부모의 교육 및 양육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건복지가족부는 “청소년의 수면권과 건강권, 적정한 게임 이용을 위해 찬성한다”며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로 게임을 하면 사이버 범죄 연루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청소년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정권 교체 이후에 청소년들이 학원과 야간학습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최소한의 수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재경 의원은 “다 막자는 법이 아니라 심야만 막자는 취지다”라며 “권리는 무한정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 결정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을 위해 선도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동준·권건호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