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삼성SDI는 디스플레이 전문회사다 보니 ‘눈’과 관련된 사회공헌활동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 가운데 특히 호응을 얻은 활동은 ‘앵콜 웨딩사진 촬영’이다. 수원여대 패션코디네이션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시각장애인 부부들을 예쁘게 단장한 뒤 결혼식 촬영을 하듯이 사진을 찍어 액자에 넣어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110쌍의 시각장애인 부부가 참가했고, 최근에도 8쌍의 부부가 웨딩 촬영을 함께했다.
나조차도 처음에는 이런 행사가 시각장애인 부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을 가졌었다. 오히려 실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돈을 지원하거나 직접 가서 노력 봉사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3년 전 한 할아버지에게서 감사의 인사를 받은 뒤 완전히 바뀌었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즉석 사진을 할아버지에게 전하자 내 손을 꼭 부여잡며 “내가 길거리를 걸어 갈 때면 사람들은 내 손을 잡아주려 하지. 그런 것들이 고맙기는 한데 나는 이제 걷는 것은 힘들지 않거든. 그런데 이번 웨딩 촬영은 오히려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잊게 해줘서 그 어떤 도움보다 더 고맙네”라고 하며 연신 손을 어루만졌다.
그때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고정관념을 곰곰이 되새기게 됐다. 장애인에 대한 봉사활동은 그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것이지만 이런 생각에 갇혀 있다 보면 역시 장애인으로만 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웨딩사진 촬영을 마치고 마치 보물처럼 사진을 안고 가는 노부부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이런 일일지 모른다고 느꼈다.
사회공헌활동은 기업들에 일종의 ‘책임’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한걸음 더 발전하기 위해 천편일률적인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소외계층이 바라는 다양한 요구에 눈뜰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참가하는 임직원들도 더 큰 기쁨을 누릴 것이다.
최용민 삼성SDI 사회공헌담당 과장 ym3.choi@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