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각종 개혁 공약이 인사 난맥상과 쇠고기 파동 등으로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있으나 공기업 선진화의 고삐는 놓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의 국회 공기업대책 보고 내용을 접하고 언론은 “금융공기업 민영화도 후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당분간 현행 중소기업 지원 체제를 과도하게 변경하지 않고 토론회 등을 거쳐 최종 방안을 결정하겠다”며, 지체없이 기업은행 등의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던 지난 6월 초의 정부 방침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학자 또는 관료들의 금융공기업 선진화 대책이 현장감 없는 탁상행정임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니 천만다행이다.
금융공기업 선진화의 핵심은 전체 기업 수와 근로자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육성할 것인지에 있다. 기업은행 민영화, 가칭 ‘KDF’ 설립,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통폐합 문제 등이 그렇다. 중소기업 지원기관은 이 외에도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각 기관들의 역학 관계나 국정 운영 방향 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사 중복기관의 통폐합을 통한 한건주의에 빠져 있는 듯하다. 통폐합을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좋지만 역기능이 있다면 재고해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신보와 기보의 통폐합 논의도 마찬가지다. 국내 보증기관은 신보·기보·지역 신보의 3두마차 체제로 돼 있다. 모두 보증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중복 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현 시대적 관점에서 이 체제가 맞지 않는다면 뜯어고쳐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방식이 기술 혁신을 통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실정과 공기업 지방 이전 및 지방 혁신도시 추진 등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국가 발전 로드맵과 서로 일맥상통하는 것인지에 있다.
우선 신보와 기보의 통폐합은 중앙정부 산하에 거대 보증기관 출현으로 지방 분권과 지방자치제도 활성화에 역행한다. 둘째, 신보가 기보보다 조직, 보증잔액 등에서 거의 두 배 이상이기 때문에 설사 통합신보를 기술금융을 지향하는 ‘미래지향적 보증체계’로 조직 및 제도를 정비한다 해도 ‘신보중심의 물타기 통합’은 기술금융 기능의 약화로 인한 국가성장 동력 상실이 우려된다. 셋째, 신보와 지역 신보 간의 중복보증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현재 신보와 지역 신보는 보증 한도만 차이가 있고 똑같이 일반 보증을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 신보의 본부 기능을 최대한 축소한 후 이를 재단연합회가 흡수해 정부의 중소기업 보증지원 정책의 기획 기능과 지역신보 관리감독권을 행사토록 하면 된다. 이 경우, 첫째, 지자체 기능 및 지역특화산업 활성화라는 미래 국정 계획과 함께 시너지 효과가 있다. 둘째, 신보와 재단연합회, 지역 신보의 본부 및 영업점 중첩 해소로 효율적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결국 각 지자체는 관내 특화산업에 맞는 보증 지원을 할 수 있고 중앙정부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재단연합회를 통해 범정부적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오랜 신용보증제도 역사가 있는 일본이 이러한 지방분권형 신용보증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기보는 기술금융 전담기관으로 육성해 국가산업 발전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정부에서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KDF와 중진공 간의 역할 문제다. 중진공도 중소기업에 대한 무담보 직접대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KDF도 금융기관에 의한 온 렌딩(On-lending)방식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을 할 예정이라 한다. KDF의 설립단계에서부터 중진공과의 업무나 기능 중복은 없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홍득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과 겸임교수 okkeh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