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 정보화 예산이 올해보다 20%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는 소식은 여러모로 우려가 된다. 정부의 정보화 예산은 지난 2004년 처음 3조원을 돌파한 이래 해마다 조금씩 늘어왔다. 그런데 내년 정보화 예산이 2조7000억원으로 확정되면 올해보다 7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지난 2003년 수준으로 뒷걸음질하게 된다.
이 같은 감액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의 전자정부가 아직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재고해야 한다.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본격 추진한 한국의 전자정부는 필리핀·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수시로 배우러 올 만큼 명성이 높다. 최근 발표된 UN의 세계전자정부 평가에서도 준비지수 부문은 192개국 중 6위, 전자참여지수는 189개국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상위권이다. 심지어 198개국을 대상으로 한 브라운대학 평가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전자정부는 갈 길이 먼 상태다. 그동안 시스템 구축에만 너무 치중해온 탓에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범정부적, 범국가적이어야 할 정보 연계가 공급자인 부처 중심으로 돼 있는데다 이의 서비스도 단편적이면서 단절적이다. 시스템도 부처 간 통합과 연계가 미흡하고 데이터베이스(DB) 정보도 불일치하는 것이 많다. 이 때문에 더욱 편리하고 탄력적인 전자정부를 위해 행정정보시스템과 업무시스템, 민원서비스 같은 핵심 업무에 차세대 아키텍처인 업무프로세스시스템(BPM)과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등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기에 전자정부를 맡고 있는 행정안전부가 조만간 차세대 전자정부 청사진을 발표하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보화 예산을 삭감한다니 정부가 너무 비용절감이라는 목표에만 몰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정보화 예산 삭감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이전 정보화 예산에 정보통신부 직원 인건비 등 실질적으로 정보화와 관련없는 1300억원이 포함돼 있는데다 정보화 촉진기금이 나뉘면서 기금도 1000억원 가까이 줄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기본적으로 기획재정부가 전자정부 관련 예산을 20∼30% 삭감하려 하고 있다”며 “다른 정보화 예산보다도 전자정부와 관련된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모습”이라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가 주창하는 소득 3만·4만달러와 선진화는 사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시스템 없이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전자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주요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꼭 써야 하는 곳에 제대로 쓰는 것 역시 실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