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야의 고요함인가.’
1일 야후 연례 주주총회는 그야말로 조용하게 끝났다. 로이 보스톡 야후 회장이 79.5% 지지율로 재선임됐고, 관심을 모았던 제리 양 CEO도 85.4%의 지지를 받아 역시 자리를 지켰다. 다른 이사진들도 80% 안팎의 높은 지지로 재선임됐다.
위임장 대결과 같은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되지 않았고 이사회 전면 교체와 같은 충격적인 뉴스도 뒤따르지 않았다.
지난 7개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후 인수 시도와 협상 결렬이 반복되는 동안 야후 주가도 등락을 거듭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이번 주주 총회가 야후의 향배를 결정짓는 ‘운명의 자리’가 될 것으로 점쳐 왔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이사회 구성원이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합류한다. 그는 15일까지 교체될 자리 한 자리를 포함해 총 2명의 이사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추가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애당초 그가 예고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위임장 대결’ ‘MS와의 연대’ 운운하면서 야후 이사회를 위협해왔지만, 정작 이번 주총에는 참가하지도 않았다. 이사회를 장악할 지원군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 일단 현 경영진과 화해를 모색한 것이다.
야후 주총이 ‘고요하게’ 끝났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현지 평가다. 뉴욕타임스, 비즈니스위크 등은 이번 주총이 야후의 문제점을 덮어두는 데 급급했다는 평가를 조심스럽게 내렸다.
먼저, 야후 주주들이 여전히 많은 돈을 잃고 있다. 야후 주가는 4년 연속 하락세다. 1일 마감한 야후 주가는 19.80달러. MS가 제시한 인수 가격은 주당 33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다. 야후가 MS와의 인수 협상만 잘했어도 얻을 수 있는 20억 달러(약 2조원)의 돈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셈이다.
둘째, 제리 양 CEO가 야후를 위한 최선의 선장인가에 대해서도 월가의 의구심이 여전하다. 그가 야후는 물론 다른 사이트에도 게재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온라인 광고 시스템을 선보이겠다고 말했지만, 투자자들은 신뢰를 해주지 않는다. 월가에선 1년 전 테리 시멜이 축출되던 상황도 떠올린다. 그는 주총에서는 재선임됐지만, 그 후 1주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선 양 CEO가 확실한 구조조정을 선행하기보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늘리려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후 실적이다. 최근 분기 야후의 매출은 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성장 모멘텀을 못찾았다는 이야기다. 한창 앞서가고 있는 구글은 같은 기간 39% 성장했다.
제임스 포스트 보스턴대학 교수는 “아직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야후 이사회는 당분간 자신의 머리에 총이 조준한 상태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