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애플 아이폰을 독점 공급 중인 소프트뱅크모바일이 요금과 서비스 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아이폰 발매 초기의 폭발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자칫 마니아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온 데 따른 것이다.
6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모바일은 3G 아이폰 최저 월정액 요금을 기존 7280엔에서 2990엔으로 60% 가량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요금제는 신규 가입자는 물론 기존 가입자에게도 모두 적용된다. 이번 요금 인하는 일률적이었던 아이폰 정액 요금제를 데이터 패킷 사용량에 따라 세분화해 최저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가능해졌다. 기존 3G 아이폰의 데이터 요금은 사용량에 관계없이 매월 5985엔을 내야했지만, 이달부터 바뀐 요금제에선 이용량에 따라 최저 1695엔부터 최고 5985엔까지 내면 된다.
요금 하한선을 크게 인하함에 따라 아이폰으로 모바일 인터넷 사용량을 늘려 매출을 높이려던 소프트뱅크모바일의 목표치도 상당 부문 수정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신들은 소프트뱅크모바일이 데이터 서비스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구매 진입 장벽을 낮춰 아이폰 대중화를 먼저 이루는 것이 더 시급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일본에서 발매된 아이폰은 초기 물량이 동 날 만큼 큰 화제를 모았지만 사용자들의 불만과 비판도 터져 나왔다. 특히 무조건 월 7280엔을 내야 하는 비싼 요금 때문에 모바일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소수만을 위한 휴대폰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소프트뱅크모바일은 또 아이폰 3G 메일 서비스인 ‘E메일i’의 메일 보존 기한도 최대 용량을 넘지 않으면 무기한으로 보존해준다는 당근책도 내놓았다. 지금까지 E메일i는 200메가바이트 혹은 최대 5000건의 메일을 30일 동안 보존한 후 삭제했다. 소프트뱅크는 앞으로 제한된 용량을 초과하지 않으면 무기한으로 메일을 보존할 수 있어 중요한 메일을 다른 메일 주소에 전송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3G 아이폰은 일본 3위 이동통신업체인 소프트뱅크모바일이 2위 진입을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한 상품이다. 그동안 ‘화이트플랜’이라는 저가 요금이 소프트뱅크모바일의 가입자 유치에 효자 노릇을 했다면, 앞으로는 아이폰이 그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이폰은 인터넷을 손쉽게 쓸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앞으로 휴대폰이 PC를 대체하는 ‘인터넷 머신’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전망과도 꼭 맞는 제품이다. 소프트뱅크모바일은 일본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서 14개월 연속 신규 가입자 증가수 1위를 기록 중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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