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1865년, 나이 143세, 국가 GDP의 25% 담당, 세계 시장 점유율 40% 돌파.’ 전 세계 브랜드 중 5위의 가치를 지니면서 휴대폰 시장을 장악한 핀란드 국민기업 노키아의 이력서다.
노키아를 알려면 핀란드를 알아야 한다. 핀란드는 숲과 호수의 나라, 교육의 나라다. 취임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총리가 사소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사임해야 할 만큼 직업에 관계없이 정직성을 추구하는 나라다. 무엇보다 약속을 지키고 환경 보호에 열성적이다.
그렇다면 노키아 경쟁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도덕성이다. 노키아 직원들은 출장지에서 일류 호텔에 투숙하지 않는다. 쓰지 않아도 될 돈은 지출하지 않는다. 일하기 위해 방문할 회사와의 거리, 가격, 편리성만을 따지고 협력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상대를 존중하고 솔직함과 겸손함도 자연스럽다. 가식이 아니라는 말이다. 협력 회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무리한 가격 인하를 요구하지 않고 일방적 통보도 하지 않는다. 협력 회사의 생존과 성장이 노키아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라고 생각하는 양심적인 상생의 실천 때문이다.
둘째는 집중력이다. 다른 것에 한눈을 팔지 않는다. 1990년 휴대폰 시장에 진출한 이후 휴대폰 사업의 역량 강화에 도움되지 않는 자회사는 모두 매각하고 휴대폰에만 집중했다. 사업다각화 전략에서 전문화 전략으로 방향을 완전히 돌린 것이다. 노키아의 목표는 간단 명료하다. ‘한 분야에서 1등이 되자’다. 따라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등을 달성하고 유지한다는 목표를 지원하는 것만이 전략이다.
셋째, 시스템이다. 노키아는 회사 내 우수한 역량을 가진 인적 자원을 구매부서에 투입하고 글로벌 사이트로 배치한다. 현지에 가장 적합한 역량을 가진 사람을 포진시키는 것이다. 노키아에 협력 회사로 등록된다는 것은 장기간 사업이 보장된다는 의미가 있다. 등록까지 보통 2년이 걸린다. 그만큼 신중하고 치밀하다. 2년의 평가 기간 동안 부족한 부문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노키아는 신기술, 신공법, 신제품 개발 연구에 가능한 초기 단계부터 협력 회사를 포함시킨다. 품질의 일관성과 안정된 부품 협력 회사 확보가 목적이다.
이 세 가지를 기본 전략으로 TQSC(기술, 품질, 공급, 비용)라는 네 기둥의 최적 경쟁력 확보를 실행한다. 노키아는 플랫폼당 2200만대에 이르는 휴대폰을 판매해 한 대당 벌어들이는 가치회수율이 경쟁사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플랫폼 개발은 기간이 길고, 고비용으로 실패 시 위험 부담이 크지만 성공 이후에는 외관과 기능 변경이 수월해 다른 모델 출시가 훨씬 빨라진다. 휴대폰에서 가장 중요한 베이스밴드 칩은 모두 직접 설계하고, 생산을 반도체 업체에 위탁해 조달하지만 이제는 원천기술만 보유하고 설계도 전문 반도체 업체로 이전시켜 버렸다.
최근에는 수요가 대폭 늘어나는 스마트폰의 표준 OS로 자리 잡은 로열티 수익모델 심비안조차 오픈 소스로 개방해 모든 휴대폰 업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은 바다에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 것 대신 바다 전체를 노키아의 자연 양식장으로 만드는 모양이다.
세상에는 정답, 오답, 해답이 있지만 한국 사회는 언제나 틀에 박힌 정답만을 요구한다. 대한민국이 찾아야 할 것은 해답이다. 노키아를 이기겠다고 생각하면 먼저 핀란드를 알고 배워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노키아의 세계 1위 전략은 따라할 수 있다. 그러나 노키아 힘의 원천은 핀란드의 성격과 문화에서 나온다. 개인(국민), 국가, 기업의 성격은 바꾸기 어렵다. 그러나 가치관과 문화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훌륭한 가치관과 문화며 경제의 바탕은 양심과 도덕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조영덕 엘티엠에이피 사장 choyoungduk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