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이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 사업권을 획득할 때 약속한 ‘공동 기지국 구축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획득 당시의 약속과 달리 비효율적인 네트워크 투자를 해 문제로 지적됐다.
7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KT와 SKT는 지난 2005년 사업권을 받으면서 제출했던 공동 기지국 구축 관련 사업이행 계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2006년 6월부터 최근까지 지하철 1∼8호선에서 KT 중계기 1500대를 공동 이용하는 것에만 협력했을 뿐 실질적인 서비스 대중화에 필요한 전국망 구축에는 협력을 외면하는 등 비효율적 중복투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KT와 SKT는 지금까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집중적으로 와이브로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수요가 크지 않은 수도권 외의 지역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비용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KT는 올해 10월 말까지 27개 시, SKT는 연말까지 19개 시로 와이브로 서비스(커버리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두 사업자가 기지국을 공유했다면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작업이 더욱 빨라져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게 정부 및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애초 사업권을 획득했던 하나로텔레콤이 사업을 포기한만큼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업이행 계획을 손질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자 수가 변하고 시장상황이 달라졌으므로 방통위가 나서서 투자계획을 조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기지국 공용화 계획을 의무화했는데 이행하지 않았다면 문제”라며 “향후 전반적인 상황을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SKT 측은 “지난 2005년 사업권을 받을 당시 하나로텔레콤과 공동 기지국 증설 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면서 “하나로텔레콤이 와이브로 사업권을 포기한 이후 협력할 파트너가 없었기 때문에 애초의 이행계획과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KT는 “기지국 공동 구축은 없었지만 상면 및 철탑 공동사용 사례는 100건가량 있었다”면서 “추후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지혜기자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