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붙은 소비심리를 조금이나마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베이징 올림픽이 마침내 8월 8일 오후 8시 개막된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시에 상서로운 숫자로 꼽히는 ‘8’이 세번 겹치는 시기에 팡파르가 올리도록 한 것만봐도 주최 측인 중국정부와 국민들의 기대, 염원을 쉽게 알 수 있다. ‘특수 기대심리’를 한껏 자극하는 행사에 이같은 중국의 특별한 사정까지 겹치면서 국내업계 역시 대대적인 올림픽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대내외 환경이 ‘올림픽 붐’을 가로막고 있어 걱정이다.
당장 내수가 급격히 후퇴하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 사상 최대폭의 물가 상승으로 가계 지출이 줄어들고 있는 판에 급기야 한국은행이 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가뜩이나 가처분 소득의 감소에 허덕이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제 이자 부담까지 가세, 아예 지갑을 닫고 있다. 최대 해외시장인 미국 역시 금융 불안이 계속되고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서민들의 씀씀이가 줄어들고 있다. 정작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인플레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긴축조치를 단행, 주식시장이 폭락했고 부동산 거품도 꺼지기 일보직전이다. 이른 시간내에 소비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올림픽은 업계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국내 주요업체들은 전략시장인 중국 현지에서 브랜드력 제고와 현지 밀착형 기업으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눈 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 인프라 강화를 겨냥하는 셈이다.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중국형 3세대 이동통신 단말기를 주최 측에 대거 제공 했고 성화봉송에서부터 시작된 브랜드 노출 전략은 경기장 곳곳에서 재현될 전망이다. SK에너지는베이징 매연저감사업을 담당하고 한국 국가대표 후원사인 SK텔레콤은 응원단 파견 등 다양한 현지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눈길을 모으는 것은 내수분야이다. 유통업체들은 전통적인 금메달 마케팅에 나섰고 온라인도 각가지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물론 2002월드컵을 타고 기세를 올렸던 LCD, PDP 등 액정TV와 같은 특정 제품의 폭발적 특수는 없겠지만 방송과 HD, 5.1채널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지도 관심거리이다. 지상파DMB가 사상 처음 올림픽을 실시간 중계하고 박진감 넘치는 현장음을 생생히 전달하는 5.1채널을 이용한 진정한 의미의 HD방송이 전면적으로 방송된다. 심지어 독도에서 조차 우리 위성방송을 통한 HD 중계를 시청할 수도 있다. 이와함께 생활형 뉴미디어로 자리잡은 인터넷 중계도 화제를 불러올 것이다.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이 쏟아져 짜증나는 국민들을 시원하게 해주고 기업의 관련 마케팅도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중국 역시 안전하며 정제된 올림픽으로 전세계인에게 박수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