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발전과 민주화에서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성과를 이루었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인터넷과 휴대폰이 세상을 바꾸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은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폰의 연간 수출합계액이 500억달러를 훌쩍 넘는다는 사실에 많은 개발도상국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선진국은 귀를 의심하곤 한다. 한국이 IT강국이라는 사실은 2002년 월드컵 개최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해 2005년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국의 정상과 수행원들이 한국의 IT서비스를 직접 체험한 이후부터는 빠르게 세계의 지도급 인사들에게 퍼져나갔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의 IT정책당국자들은 한국의 성공요인을 정확히 알고 싶어했고,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전략을 세우기를 원했다. 한국 IT신화의 성공요인을 놓고 대통령을 비롯한 각 부문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정보화 필요성 이해, 우리 국민의 높은 학습능력과 스피드에 대한 선호, 높은 인구밀도와 아파트 중심의 독특한 주거형태, 정부의 전략적 접근 등 여러 가지 요인을 열거할 수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요인으로 IMF 금융위기와 언론기관의 적극적 역할을 들 수 있다.
1997년 11월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과제는 고비용 저효율의 우리 경제 구조를 저비용 고효율로 개선하는 것이었다. 정부·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가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도 정부의 IT지출을 획기적으로 늘려나갔으며, 민간의 IT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경쟁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했을 뿐만 아니라 세제·금융상의 지원도 강화했다. 부동산 등기시스템, 정부 조달시스템 등이 이때부터 기획되고 구축된 시스템이다.
언론도 산업화에는 늦었지만 정보화에는 앞서나가자는 기치하에 초·중·대학교의 정보화를 적극 지원하고 정보화 물결의 의미 및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우리의 준비 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지금 세계경제는 급격한 원유가 상승으로 시작된 전반적인 인플레 압력에 의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을 발전의 계기로 삼아 다시 한번 도약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10여년 전 IMF 위기 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IT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해 경제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대중 교통수단의 이용을 높이고 승용차 부제 제한을 할 수도 있지만 원격근무, 원격의료, 원격교육 등을 활성화한다면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의 효과뿐만 아니라 시간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엄청난 생산성 증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IT 기반 원격관리 시스템의 가능성은 이미 15년 전 초고속통신망 구축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논의됐던 과제다. 그때와는 달리 물리적 환경은 이미 확보됐다. 단지 아직도 인식 및 발상의 전환과 법제도의 정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나는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를 이끌어 나갈 우리 언론의 역할이 다시 한번 절실히 필요하며 과거와는 달리 법제처가 법제도의 정비를 주도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이제까지 세계 어느 나라도 이룩하지 못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노준형/ 서울산업대학교 총장 rjh@snu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