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폰에 긴급구조가 빠졌다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들이 긴급구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SK텔레콤·KTF 등 국내 이동통신사가 WCDMA 단말기에서 휴대폰 긴급재난문자방송시스템(CBS)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CBS(Cell Broadcasting System) 기능이란, 특정인에게 보내는 일반 단문메시지(SMS)와 달리, 기지국 단위로 단말기를 파악해 불특정 다수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300만명에 이르는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휴대폰 사용자가 소방방재청의 재난방송 문자서비스를 수신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약 4명 중 1명이 홍수·태풍·호우 등 긴급사태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이통사들이 3세대 WCDMA폰에서 CBS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퀄컴의 WCDMA 칩세트 6200시리즈에 CBS 기능을 탑재하는 자체 테스트 결과, 적잖은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해 불가피하게 CBS 기능을 제외했다는 게 통신사의 주장이다. SK텔레콤과 KTF는 지난해 퀄컴의 WCDMA 칩인 6200시리즈를 탑재한 단말기를 이용해 자체 망연동 시험을 실시했다. 당시 테스트에서는 배터리 소모량이 급격히 높아지고, CBS를 거쳐 보내진 재난문자방송 수신율이 기대치를 밑도는 등 적지 않은 개선점이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KTF 관계자는 “CBS 기능은 3세대 이동통신 표준화단체인 3GPP의 규격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하지만 3세대에서도 CBS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기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 역시 “WCDMA는 전 세계적으로 CBS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퀄컴 측은 이에 대해 칩세트에는 아무런 기술적 문제가 없으며, CBS 기능 채택 여부는 이통사의 정책적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김승수 퀄컴코리아 상무는 “6200시리즈 칩세트는 CBS 기능을 기본적으로 지원, 일부 국가에서는 3G에서도 서비스가 제공된다”며 “이통사의 결정은 기술적 판단보다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선택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정소영·김원석기자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