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제

[ET단상]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제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부 시절 이행명령으로 명시한 번호이동성 제도 상용화 시기(2008년 6월 30일 이전 시행)를 넘긴 지난달 3일 회의를 열어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에 관한 건’을 심의했으나, 긴급통화시스템 미비 및 위치정보 제공, 정전 시 불통 등의 문제를 들어 번호이동성제 도입 재논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로드맵 발표 당시 정부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도입으로 070 식별번호를 떼고 기존 집전화 번호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존 시내외 전화와 인터넷전화 간 경쟁을 촉발해 서비스 품질 개선 및 요금 인하로 국민 피부에 와 닿는 가계통신비 절감을 실현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의 통신규제 정책 로드맵 및 번호이동 도입 이행명령에 따라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정부, 연구기관(KISDI·ETRI), 11개 시내 및 인터넷전화 사업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등이 적극적으로 준비해 왔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은 번호이동시스템과 긴급통신시스템 등 전산개발 및 구축에만 100억원 이상의 비용과 최소 100명 이상의 인원을 투입해 정부의 이행명령에 의거한 제도 도입 준비를 거의 완료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시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제도 도입을 막을 결정적 이유가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긴급통신시스템 미비 및 위치정보 제공과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4월 긴급전화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정부와 사업자 등이 긴급통신전담반을 구성해 해법을 모색해 왔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를 거쳐 관련 시스템을 구축, 테스트가 거의 완료돼 상용화 결정 시 즉각 시행 가능한 상황이다.

 둘째, 정전 시 불통과 관련해서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이미 정부가 고시한 내용에 따라 ‘인터넷전화는 정전 시 통화가 안 된다’는 점을 약관 및 신청서에 명기해 이용자에게 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가구당 평균 정전시간은 17분에 불과하고, 정전 시에도 국민 다수가 보유한 휴대폰으로 통화가 가능하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번호이동가입자의 시내전화 통화권 이탈 시 통화권 혼란이라는 문제도 이미 시내전화 통화권 이탈 시 시내번호 재부여 및 070 인터넷전화 번호 부여를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정부와 사업자가 합의하에 마련한 운영지침에 반영된 사안이다.

 이 문제를 재론하는 것을 놓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 및 일관성을 내내 곱씹어보게 된다. 또 정부 정책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 결여로 다수의 인터넷전화 이용자들은 금년 상반기 이전 번호이동 시행이라는 정부와 인터넷전화 사업자의 말을 믿고 시내전화 기본료 5200원을 인터넷전화 요금과 이중으로 납부하며 번호이동을 위해 사용해왔다. 시내전화 기본료를 추가로 지급하면서 번호이동을 기다려달라고 이용자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며, 이용자의 금전적 피해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따져볼 일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디지털기술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각 산업 부문의 집중 및 융합이 가속화돼 단말기 및 장비 등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충분히 이 점을 인식하고 있는 정부가 광대역통합망(BcN) 등 IP 기반의 기술적으로 진보한 인터넷(IP)망으로의 진화를 외치면서 구리선 기반의 유선전화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 기반으로의 지속적인 발전이 글로벌 추세고, 좋은 방향임이 틀림없다면 눈높이를 여기에 맞추어야 한다. 번호이동의 조속한 도입과 더불어, 현 시내전화 번호이동 제도 운영상 개선 필요 사항(개통 성공률 향상 등)과 SMS 착신 등 이동전화 번호이동 제도 수준으로의 지속적 개선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박영환 한국케이블텔레콤 사장 park@catvpho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