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호수에 돌 던져보셨습니까. 동요 ‘퐁당퐁당’ 가사처럼 돌로 일으킨 물결이 건너편에 앉아 나물을 씻는 누나 손등에 닿았던 적은 없나요.’
전파도 물결처럼 전해진다. 실제로 물리적인 원리(메커니즘)에는 차이가 있지만, 물결은 ‘전파’, 누나 손등은 ‘수신기’인 셈이다. 물결을 통해 누나에게 동생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듯, 전파로 수신자에게 발신자의 반가운 목소리·얼굴·편지가 건너가는 것이다.
전파는 그렇게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파도치듯 출렁(진동)이며 퍼져 나아간다. 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출렁이며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단위로 잴 수도 있다. 측정 단위로는 ‘주파수’를 쓴다.
주파수는 ‘1초 동안 진동하는 전파의 횟수’다. 지난 1888년(또는 1889년) 전파가 존재하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한 하인리히 헤르츠(Heinrich Hertz)를 기념해 ‘헤르츠(㎐)’로 읽는다.
전파가 1초에 △1회 진동하면 1헤르츠(㎐) △1000회면 1킬로헤르츠(㎑) △100만회면 1메가헤르츠(㎒) 등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이동전화에 쓰는 주파수인 824∼869㎒는 1초에 8억2400만∼8억6900만회, MBC가 FM라디오에 사용하는 중심 주파수인 91.9㎒는 1초에 9190만회 진동한다. KBS 1TV에 할당된 주파수 대역 가운데 189㎒는 1초에 1억8900만회 진동한다.
FM라디오와 TV는 중심 주파수 위아래로 각각 0.2㎒, 6㎒씩 폭을 두고 전파를 쓴다(AM라디오 대역폭은 9㎑다). 중심 주파수를 기준으로 위아래로 신호를 보낼 때 쓰이는 주파수를 ‘주파수 대역’으로, 최고 주파수와 최저 주파수 차이를 ‘대역폭’으로 표시해 관리한다.
주파수 대역별로 일정 폭을 정해두고 방송·통신사업자에 나눠주는 것(할당)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전파를 쓰면 서로 간섭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FM라디오 방송은 목소리만 전달하기 때문에 폭 0.2㎒ 정도만으로 충분하지만, 목소리에 영상까지 전송해야 하는 TV방송은 더 넓은 폭(6㎒)을 써야 한다. 즉,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전달하려면 그만큼 넓은 주파수 폭이 요구된다.
그런데 방송 전파는 라디오나 TV를 향해 한 방향으로만 쏘면 되지만 통신 전파는 양방향이어야 한다. 말을 주고받기 위해 송수신 주파수가 각각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이동전화 기지국과 휴대폰 사이에 상향(휴대폰→기지국), 하향(기지국→휴대폰) 주파수를 각각 배치해 쓴다.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나 무선 근거리통신(LAN)에는 1개 주파수를 쓰되 상·하향 전파를 시간대로 나눠 주고받는다. 이는 전파가 1초에 30만㎞를 가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