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핵심과제로 추진해온 공기업 민영화의 첫 그림이 11일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가 밝힌 1차 추진안에 따르면 전체 305개 공공기관과 14개 공적자금 투입기관 중 우선적으로 27개 기관을 민영화하고 12개 기관은 기능 재조정, 2개 기관은 통합하는 등 41개 기관에 대한 구체적 개혁 방안이 소개됐다.
이번에 민영화 대상으로 언급된 공기업을 보면 초미의 관심사였던 대규모 에너지 공기업이 빠진 대신 국민이 잘 모르는 기관이 많이 들어가 있다. 또 정부가 애초 표명했던 50∼60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험난한 공기업 민영화를 정부가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 정도밖에 할 수 없나 하는 실망감도 감출 수 없다.
공기업 민영화가 중요한 건 바로 경제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1년에 지출하는 예산과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그런데도 이들 공공기관은 그동안 방만한 운영으로 국민의 세금을 축냈을 뿐 아니라 조직은 계속 커지고 그 수도 늘어왔다. 이 같은 공기업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우리 경제가 활력을 얻기 불가능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일부 기관장들이 공공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까지 드러난 상태다.
사실 공기업 민영화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제기돼온 뜨거운 감자다. 역대 정부 모두 공공부문 축소를 비롯해 민간기업 육성, 경제 효율화 같은 것을 제시하며 공공기관 민영화를 약속하곤 했다. 외환 위기가 닥친 김대중 정부 때는 시대 상황과 맞물려 역대 정부 중 최대 규모인 8개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67개 자회사를 매각했지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 들어 28개 공기업이 신설되고 인력도 12% 늘어나면서 공공기관은 다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비대해졌다. 정부가 이번에 41개 공기업에 대한 1차 개혁 방안을 발표했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나머지 280여 공기업에 대한 2∼3차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2차는 통폐합 기관 중심으로, 3차는 선진화 방안에 대한 이견이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검토될 예정이다.
특히 2차 개혁안에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간 통폐합 문제가 들어 있어 관심을 모은다. 이를 관할하는 금융위원회는 이달 기보와 신보 통합에 대한 공론화 과정 및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조만간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 중 90% 이상이 기보의 기술평가를 이용한 적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그동안 기보는 기술벤처의 든든한 자금줄이었다. 이런 점에서 두 기관 간 통합은 시일에 얽매이지 말고 더욱 철저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