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재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8차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회의에서 전자정보통신미디어와 소프트웨어(SW) 및 컴퓨팅 부문이 각각 ‘투자 대폭 축소’와 ‘축소’ 판정을 받았다. 이날 국과위는 53개 부문을 평가했는데 전자정보통신미디어와 SW 및 컴퓨팅 분야를 각각 대폭 축소와 축소 부문으로 선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전자정보통신미디어 분야 연구개발(R&D) 정부 투자액은 30%, 또 SW 및 컴퓨팅 관련 사업 예산은 약 20% 정도 줄어들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정부 정보화 예산이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IT분야에서 대표적인 이들 두 부문마저 내년 정부 R&D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니 이 정부의 IT 홀대를 또 한번 보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그동안 연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견인한 일등공신은 당연 IT였다. 실제로 IT는 우리 경제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타 분야를 압도하고 있다. 각 산업의 고도화를 이룩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할 지금도 여전히 IT는 우리 경제를 튼튼히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날로 격화되는 미래의 글로벌 경쟁도 궁극적으로는 IT로써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미래 신재생에너지니 운운하는 차세대 성장동력도 IT가 없으면 그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런데 많은 중소 IT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할 이들 분야의 R&D 예산을 정부가 내년에 줄이기로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비록 정부 당국자는 “과거 정통부와 산자부 사업에 중복됐던 부문이 통합되면서 투자 규모가 줄었으며, 또 정보화촉진기금으로 운용돼 오던 사업이 준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정도 가지고는 이번 일을 완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 내에 IT와 과학기술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어쩌면 이번 사태도 이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정부는 이날 향후 5년간 과학기술 청사진이나 다름없는 ‘577 비전’을 공개했다. 즉, 국가 총 R&D 투자를 2012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5%(정부 1.25%, 민간 3.75%)로 늘리고 7대 기술 분야를 중점 육성하는 한편 7대 시스템을 선진, 효율화해 5년 후 7대 과학기술 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향후 5년간 정부 R&D 예산에 참여정부(40조원) 때보다 26조원 이상 늘어난 66조5000억원을 배정하고 기초원천 분야 지원 비율도 현행 25%에서 50%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력기간산업 기술과 신산업창출, 지식기반 서비스 등 7대 기술분야에서 50개 중점기술과 40개 후보기술도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12위인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5년 내 7위로 높이기 위해서는 R&D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 선택과 집중에는 경쟁력 향상의 디딤돌인 IT가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