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13일 대덕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전격 방문, 지식경제부 등과 나눠 맡는 정보기술(IT) 산업진흥 적임자 논쟁에 새 불씨를 지폈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내년도 지경부 주관 전자정보통신미디어사업 투자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관련 분야 미래 동력 산실(ETRI)에 찾아간 최 위원장에게 산·학·연·관의 시선이 집중됐다.
최 위원장은 이날 최문기 ETRI 원장으로부터 방송통신융합 연구개발 비전과 추진전략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방송통신 분야는 국가 경제의 핵심적인 신성장동력”이라며 “방송통신이 경제살리기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선도할 수 있도록 ETRI가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ETRI가 개발한 전전자교환기(TDX)·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기술 등은 통신산업 지도를 바꿔 놓은 획기적 성과였고, 최근에는 와이브로(WiBro)·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제표준으로 채택하는 쾌거를 이뤘다”며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하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는 ETR 연구개발예산의 40∼50% 수준인 2000억여원을 방송통신 관련 분야에 투입하는 만큼의 힘이 실렸다. 최 위원장은 “방송통신 서비스·기기·콘텐츠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에서 전후방 산업 발전을 이끌 촉매 역할을 하는 방송통신 융합 관련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달라”는 등 주문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ETRI는 이 같은 주문에 2012년까지 유무선 통신 통합망에서 다양한 휴대형 기기로 방송통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인터넷(IP)TV 2.0’을 개발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차세대 근거리통신망 체계인 ‘놀라(NoLa)’와 차세대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에벌류션’ 등을 최 위원장에게 소개했다.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IT 산업진흥 기능이 지식경제부로 이관되면서 가치사슬 선순환 체계가 무너졌다”면서 “상대적으로 단기 상용화 기술개발을 주목적으로 하는 지경부 지원체계로는 원천기술개발로부터 서비스·기기·콘텐츠로 이어지는 IT 가치사슬 전반을 포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