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국 60년과 전자科技 강국

 내일 우리는 건국 60년을 맞는다. 돌이켜 보면 지난 시기는 그야말로 격동이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전쟁이 일어났으며 후진국의 징표인 군사 쿠데타와 독재 정치를 경험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토대가 된 4·19와 5·18 같은 시민혁명도 겪었다.

 이 같은 격량 속에서도 우리는 불과 60년 만에 세계 경제 규모 13위라는 놀라운 업적을 달성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하던 1962년만 해도 우리의 국민소득은 100달러가 안 됐다. 당시는 북한을 비롯해 필리핀과 태국이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국민소득은 이들 나라를 큰 차이로 따돌리며 마침내 지난해 2만달러의 벽도 넘었다. 100달러에서 2만달러 돌파까지 불과 40여년밖에 안 걸린 것이다.

 선진국 어디를 봐도 이처럼 짧은 기간에 우리와 같은 경제 발전을 이룬 곳이 없다. 천연 자원도 없고 인구와 국토가 작은 우리가 60년 만에 오늘날 같은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은 그동안 온 국민이 피땀 흘려온 결과다. 특히 전자산업과 과학기술의 힘이 컸다.

 1958년 LG전자(당시 금성사) 설립을 시발로 시작된 전자산업은 이후 1969년 전자공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국가 중추산업으로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70년대 들어 해외 시장에 본격 눈을 돌린 전자산업은 76년 달성된 수출 100억달러에 큰 공을 세웠으며 80년대 들어서도 64KD램 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오늘날 세계 제일의 메모리 반도체 강국 기반을 마련했다.

 90년대에는 반도체 외에 정보통신, 정보가전 같은 IT상품이 주력 산업군으로 떠오르며 경제 성장의 중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세계 정상급의 초고속 인터넷망은 우리를 IT강국 코리아로 부각시키며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전자산업 발전뿐 아니라 60년대 세워진 KIST를 시발로 꾸준히 수준을 높여온 과학기술도 경제대국 코리아를 이끌어온 또 하나의 힘이었다.

 현재 우리는 과학강국을 시작한 지 40여년 만에 세계 상위권을 노릴 만큼 각국으로부터 우리의 과학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눈부신 발전을 해온 우리 전자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은 이제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내부적으로는 당장 소득 3만, 4만달러를 달성하는 전위가 돼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시대를 맞아 그동안의 따라잡기에서 벗어나 창조와 혁신으로 무장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앞으로 기술패권주의는 갈수록 강도를 더할 것이다. 이를 지혜롭게 헤쳐나가 선진 한국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결국 전자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하고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지난 건국 60년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