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그루지야 `총성없는 전쟁` 계속

러·그루지야 `총성없는 전쟁` 계속

 지난 13일 러시아의 군사작전 종료 선언으로 러시아·그루지야간 전쟁의 총성은 멎었지만 인터넷 사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이버 전쟁은 확산 일로로 치닫고 있다.

공격을 받은 그루지야 정부는 관련 사이트를 미국 등 해외로 옮겨 대응에 나서는 한편, 러시아 해커들은 또다른 공격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며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그루지야 인근 국가들까지 ‘사이버 동맹’을 자처하며 그루지야를 돕고 나서는 등 인터넷 속 ‘소리없는 총성’이 계속되고 있다.

◇브레이크없는 사이버 공격=그루지야 웹사이트와 e메일, 각종 통신 서비스 등에 대한 러시아 해커의 공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주말까지도 그루지야 정부사이트들과 약 20개 금융·방송 사이트가 다운된 상태며 복구된 사이트에 대한 공격도 반복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 해커들은 지난 주말 또 다른 공격네트워크(봇넷)를 만들기 위해 CNN과 MSNBC와 관련된 주간 스팸량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트래픽을 낳는 악의적인 스팸 메시지를 쏟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메시지는 미카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아 대통령과 관련된 신문·방송의 헤드라인 뉴스처럼 위장하고 있다.

◇사이버동맹군 창설(?)=최근 몇년새 러시아와 정치적 마찰을 빚어온 국가들이 러시아 해커의 무력화를 위해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에 있던 에스토니아와 폴란드 등이 그루지야를 돕고 나선 것. 지난주에 에토니아 컴퓨터위기대응팀(CERT)의 전문가 수명이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운영을 돕기 위해 그루지야로 향했다. 또 폴란드는 그루지야가 러시아와 분쟁상황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홈페이지의 일부 공간을 빌려줬다.

한편, 러시아 해커조직 ‘러시아비즈니스네트워크(RBN)’의 공격을 받은 대통령 홈페이지와 의회·국방부·외교부 사이트 등은 해외로 서버 위치를 옮겨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 홈페이지는 현재 그루지야 출신 CEO가 운영중인 미국 튤립시스템에 의해 호스팅되고 있고 외무부 사이트는 구글의 블로그스폿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정부 개입설=전쟁 발발 열흘을 맞으며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해킹공격의 주체로 RBN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루지야 정부는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관련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해킹 서버의 운영을 방관하며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또 미국내 인터넷·보안 전문가들은 이미 오프라인 공격이 시작되기 몇주 전부터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이 감지됐다며 러시아 정부와 사전 교감이 이뤄졌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그루지야간 사이버전쟁은 하이테크 병력(?)으로 무장한 정부는 물론이고 침대에 누워 노트북으로 참전(?) 중인 10대까지 가세하는 전방위 온라인 대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을 띠며 당분간 전세계 정부와 네티즌의 시선을 묶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정환기자,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