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야 놀자](3) “헬로, 레이니”

 “가수 이문세씨가 진행했던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아마도 30∼40대 기성세대들은 이 프로그램을 청취하면서 기말고사 시험을 준비했던 기억이 아련할 겁니다.”

별밤지기 이문세의 목소리를 안방에 전달해 준 매개체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전파다. 전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엇이든 배달해 주는 도깨비 같은 존재다.

도깨비의 존재 여부에 대한 탐구는 1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파는 1873년 영국의 맥스웰이 전자파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예언하고, 독일의 헤르츠가 1888년 전자파의 존재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3000㎓ 이하의 전파를 포함해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방사선 등이 모두 전자파다.

헤르츠(Hertz)는 두 개의 금속코일에서 정전기를 방전시켜 전선이 없이도 대기 중에 전자파를 보내는 기술을 발명했다.

1892년 마침내 전파를 이용해 음성을 무선으로 송신하는데 성공하면서 세계 통신 역사에 새 장이 열렸다. 첫 마디는 “헬로, 레이니”. 미국 켄터키주에 사는 나단 스터블필드(Nathan Stubblefield)는 자신의 사과농장에서 레이니 웰스(Rainey Wells) 박사와 무선전화기를 이용, 음성을 무선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스터블필드는 레이니 박사에게 선 없는 전화기를 준 뒤 그를 농장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헬로, 레이니”라고 먼 거리에 떨어진 레이니 박사에 말을 했다. 깜짝 놀란 레이니 박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생각, 음성을 주고 받으면서 선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 전선을 찾진 못했다.

전파의 실용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이탈리아 물리학자 마르코니(Marconi)에 의해서다. 세계 통신 기술은 마르코니가 1901년 전파를 이용한 장거리 무선전신 실험에 성공하면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1600마일 떨어진 대서양 너머 영국에서 보낸 신호가 캐나다에 도착한 것이다. 마르코니는 이후 마르코니라는 무선전신 회사를 차려 기업가로서도 성공했다.

전파의 위력은 타이타닉호 사건을 통해 입증됐다. 1912년 4월 14일 밤 북대서양에서 빙산에 부딛쳐 침몰한 타이타닉호 참사 당시, 구명보트에 탄 695명을 구조한 것은 마르코니의 무선전신(모르스 부호)의 힘이었다. 타이타닉호 전신기사 잭 필립스가 죽는 순간까지 타전한 긴급구조 요청 메시지(DOD)가 세 시간 거리에 있던 여객선 카페이티아호의 기사 헤롤드 코탬이 들었던 것이다.

모르스부호는 미국 발명가 모르스가 점과 선을 배합해 문자·기호를 나타내도록 고안한 전신 부호다.

100년 전 발견된 전파는 오늘날 라디오·텔레비전(TV) 및 이동통신과 만나면서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무선랜과 휴대인터넷(WiBro)은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인터넷을 가능케 하고, 3세대(3G) 이동통신은 출장간 남편의 휴대폰 화면을 통해 한국에서 직접 상품을 고를 수 있는 편리함을 전달해 줬다. 특히 3G 서비스가 상용화 된 국가에서는 음성 뿐 아니라 문자, 멀티미디어 문자, 영상 등까지 자동으로 로밍된다.

영상통화 기능을 지원하는 3세대 WCDMA폰 사용자들은 사실상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은 1.9㎓(상향)와 2.1㎓(하향) 대역을 사용한다.

FM라디오방송, TV방송 등은 초단파(VHF 30-300㎒) 대역에서 서비스가 이뤄진다. 우리나라 2세대 이동통신의 경우, 셀룰러폰 가입자는 800㎒ 대역을 사용한다.

김원석기자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