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 중 하나다. 매일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판도라에 접속,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방송 채널을 만들 수 있는 ‘뮤직 게놈 프로젝트’에는 매일 400명씩 신규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 소위 인터넷에서 잘 나가는 서비스지만 판도라 창업자인 팀 웨스터그렌은 요즘 폐업을 고심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 순간이 임박했다”며 “서비스를 중단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이 판도라를 사지로 몰고 있을까.
18일 워싱턴포스트는 디지털 시대 들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저작권료 갈등으로 판도라 같은 미국 인터넷 라디오 업계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광 받는 신기술이 저작권 문제에 발목 잡혀 또 한 번 사라질 운명에 놓인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3월 미국 저작권로열티위원회(CRB)가 인터넷 라디오를 대상으로 7월 15일부터 새로운 요율 규정을 시행한다고 결정하면서부터 위기가 닥쳤다. 당시 새로운 규정의 골자는 앞으로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들이 노래 한 곡당 8센트를 음반회사에 지급하고 요율은 또 앞으로 매년 30%씩 인상해 오는 2010년에는 곡당 19센트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라디오 업계는 많은 중소 사업자들의 파멸을 초래할 것이라며 인상안에 즉각 반발했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사들이 당시에도 전통 라디오나 위성 라디오 사업자들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로열티를 불평등하게 지급하고 있는데 추가 인상안을 더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가 2010년 인상된 로열티를 기준으로 위성 라디오가 내는 로열티와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이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를 추산해 봤더니 위성 라디오는 1시간 기준 1인당 1.6센트를, 인터넷 라디오는 같은 1시간 기준 1인당 2.91센트를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도라 팀 웨스터그렌은 “올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 금액만도 전체 매출의 70%에 이른다”며 “이는 한 회사를 무너 뜨릴 수 있는 금액이며 왠만한 중소 업체 매출을 뛰어 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작권 단체들은 지금도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방송이 해외에 음악을 제공하고 네티즌들도 자신만의 채널을 만들어 방송을 하는 등 전통적인 라디오와는 다르게 음악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로열티도 달리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리자 단체인 사운드익스체인지 측은 “각각의 미디어는 수입 구조 역시 다르기 때문에 로열티 기준을 달리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는 충돌을 피할 수 없듯이 인터넷 라디오와 저작권자의 갈등이 파국을 맞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은 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 라디오의 문화적 가치가 사라져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포크락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매트 네이선슨은 “내 음악을 널리 알리는 일이 돈을 버는 것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넷 방송은 우리 같은 음악인들에게 소통할 수 있는 좋은 통로며 다른 가수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조만간 공화당의 하워드 버만 하원 의원이 인터넷 라디오 업계와 저작권 단체 사이의 갈등 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저작권 문제를 푸는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윤건일기자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