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뭉칫돈을 투자한 해외 게임개발사(스튜디오)들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빛소프트가 대규모 투자한 미국 플래그십스튜디오가 사실상 문을 닫은 데 이어 엔씨소프트가 거액을 쏟아부은 미국 오스틴 스튜디오도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여기에 SK텔레콤이 뭉칫돈을 투자한 중국 게임 업체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빛소프트(대표 김기영)는 플래그십스튜디오의 법인 청산으로 최소 180억원 정도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헬게이트런던’ 서비스가 불투명해지면서 계약을 맺은 해외 게임 업체로부터 손해 배상이 들어오면 100억원 내외의 손실이 추가될 전망이다. 여기에 한빛소프트가 판권을 갖고 있는 ‘미소스’를 개발하던 플래그십스튜디오 개발진이 독자적으로 게임 업체를 설립, 이 게임의 개발이 지속될지도 미궁에 빠졌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최근 미국 오스틴 스튜디오 직원 21명을 정리했다. 오스틴 스튜디오는 수백억원을 투자해 세계적 개발자인 리처드 게리엇을 영입, ‘타뷸라라사’를 출시했지만 분기 매출이 20억원에 그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오스틴 스튜디오가 전체 인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150명을 감축한다는 보도를 내고 있다. 현재 리처드 게리엇은 휴직 상태다. 엔씨소프트 측은 “타뷸라라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며 오스틴 스튜디오는 미국 현지의 다른 4개 스튜디오의 효율화와 맞물려 구조조정이 진행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대표 김신배)이 지난 5월 780만달러를 투자한 중국 게임 업체 매직그리드는 국산 게임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열린 차이나조이에서 선보인 일인칭슈팅게임 ‘패트릭스’를 선보였지만 국내 게임 업체인 싸이칸엔터테인먼트는 자사 게임인 ‘페이퍼맨’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해외 진출이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의 최대 화두지만 명성만 믿고 투자하면 결과는 볼을 보듯 뻔하다”며 “온라인게임 산업이 아무리 의외성이 있더라도 최대한 위험 요소를 없애는 과학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