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자가전기통신설비(이하 자가통신망)가 국가 정보통신망을 광대역통합망(BcN) 등으로 고도화하기 위한 정부의 큰 그림을 가로막고 있다.
자가통신망 구축작업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BcN 구축 주체인 통신사업자의 투자의지를 꺾고 있을 뿐 아니라 자가통신망 구축·운용 비용이 지자체 주민의 주머니에서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 쓰임새가 행정전산망 등으로 제한적이어서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18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동탄 u시티 자가통신망 구축 비용·편익 분석’에 따르면 명목가치 기준으로 향후 10년 동안 자가통신망을 운용하면 102억3000만원, 통신사업자로부터 망을 임차하면 78억70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가치 기준 소요비용도 자가통신망이 90억1000만원, 임대망이 61억8000만원으로 차이가 컸다.
지자체의 첫 u시티 구축사례인 동탄에서 10년 동안 자가통신망을 구축·운용하면 망을 빌려쓸 때보다 약 24억원(현재가치 기준 약 28억원)이 더 드는 셈이다. 또 자가통신망 구축 비용이 토지분양 원가에 반영되는데다 운용 비용이 각종 세금과 보조금으로 충당됨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서비스 혜택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KT를 비롯한 통신사업자 측 분석이다.
실제로 동탄 u시티 구축비용으로 50억원 이상 투입됐고, 전체 사업 예산이 450억원에 육박했지만 지역 주민 안방까지 전달되는 통신서비스는 없는 상태다. 결국 동탄 주민들은 지역 내 동사무소 간 행정전산망 구축비용(세금)과 함께 일반 통신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까지 따로 부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자가통신망 구축을 완료했거나 추진하는 서울 25개 자치구뿐만 아니라 u시티 바람을 타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 등에 활용하기 위해 자가통신망을 구축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중앙정부의 통신망 고도화 정책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통신시장 공정경쟁 환경을 왜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부장도 “지자체들이 자가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지하에 매설하는 관로가 우리나라 전체 통신용량을 소화하고도 남을 정도인데도 용도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통신망 과잉·중복 투자에 따른 자원 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