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수입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산 제품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무선통신기기 등 일부 IT 제품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분석한 올 상반기 미국 수입시장 동향에 따르면 한국제품 점유율은 지난해 2.43%보다 낮은 2.31%에 그쳤다. 반면에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는 이 기간에 41억5200만달러를 수출, 작년보다 56.3%나 폭증하며 최대의 대미 수출 품목으로 부상했다.
이미 올 1분기 삼성, LG 등 국내 업체가 만든 휴대폰이 전 세계 시장의 25%를 넘어서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우리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번에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 대미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를 제친 것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들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이 최근 2년 새 계속 급증세를 보일 뿐 아니라 올해 들어서도 매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 100% 성장도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IT 제품 수출은 지난 2000년 8.4%를 보이며 정점을 기록한 이후 몇 년간 7%대로 떨어지며 주춤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우리를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간판 상품인 휴대폰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계속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니 우울한 경제 환경으로 가슴이 움츠러들어 있는 판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삼성·LG 등 우리 휴대폰업체는 그동안 세계시장 확대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다. 특히 규모가 세계 제일이라 격전이 불가피한 미국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힘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삼성은 지난 1997년 미국 스프린트에 CDMA 휴대폰을 수출하며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래 2001년 1000만대 판매를 돌파했으며 이어 2004년 5000만대, 그리고 올 7월에는 1억5000만대 고지를 넘어서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1억대 돌파 이후 불과 1년 6개월 만에 1억5000만대를 넘어서는 초고속 성장을 달성했다. LG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중저가 이미지가 강했던 LG는 계속된 디자인 혁신으로 프리미엄 폰 이미지까지 갖추며 미국시장에서 모토로라를 바짝 추격하는 등 호조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업체의 이 같은 성장세가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는 지난 연말 미국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공세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또 그동안 부진에 허덕여 오던 모토로라도 최근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하는 등 미국 시장 1위 수성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갈수록 경쟁 강도가 높아가는 미국 휴대폰 시장에서 우리 업체들이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기술·마케팅 강화는 물론이고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더불어 미국뿐 아니라 중국·인도·브라질 같은 신흥시장에서 더욱 성과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