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천정부지로 치솟던 원유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뉴스는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오던 중소기업인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원유와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 원인이 국제 투기 자금의 농간이었다면 최근 가격 하락세는 수많은 소비자가 각종 에너지를 절약해 소비량을 줄여 나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유 등 에너지 자원과 주요 원자재를 해외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우리 현실에서 보면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한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자원을 아껴 사용량을 줄이고, 쉽게 버리지 말고 사용 가능한 것을 선별해 재사용하는 것은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를 위해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최근 그린 경영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확실치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상품은 자동차 부품과 토너 카트리지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80년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국제적인 이슈로 대두된 이후 많은 학자는 자원과 에너지 절약 문제, 그리고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자동차 부품과 토너 카트리지의 재제조(remanufacture)를 통해 80% 이상의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 오염을 예방할 수 있음을 예로 들어왔다. 그들은 이러한 자원 절약과 환경 오염 예방 노력이 확대돼야 우리 사회가 지속성장 가능 사회로 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토너 카트리지의 재제조란 사용 후 버리는 카트리지를 회수해 이를 완전 분해, 세척한 후 재사용할 수 없는 일회성 부품을 신품으로 교체한 다음 일정한 공정을 거쳐 다시 조립해 정품과 동등한 품질의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외국 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독일의 자동차 회사들은 재제조 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일부 프린터 제조 회사들도 재제조 부품을 정품 카트리지에 일부 사용하고 있다. 재제조란 기존의 물품을 다시 사용해 기존의 물품과 동일한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인 데 비해 재활용이란 기존 물품의 물질을 변형시켜 다른 물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재제조 토너 카트리지는 국내에는 공인된 품질 기준과 규격이 없다. 게다가 사용자 사이에선 재생, 재활용, 재제조라는 용어가 명확한 기준 없이 혼용되고 있어 많은 제조사가 단순히 토너만을 충진하거나 일부 손상된 부품만을 고쳐 재생 토너 카트리지란 이름으로 유통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재제조 토너 카트리지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면서 자원의 재사용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구미 선진국처럼 품질 좋은 재제조 토너 카트리지의 생산 보급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제조 토너 카트리지에 대한 공정 표준화와 품질 인증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재제조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은 관련 업체 수만 7만30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의 연간 매출액이 무려 530억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53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재제조 산업이 활성화되면 연간 약 6300억원의 에너지와 자원이 절약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토너 카트리지가 사용 후 그냥 버려진다면 자원의 낭비는 물론이고 환경오염 등으로 그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재제조 토너 카트리지 사업은 현재 돈을 버는 유망사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가치가 있는 사업이다. 그것은 재제조 토너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일은 자원의 낭비를 막고 환경 오염을 줄여 정부의 녹색 성장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길이며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는 물론이고 예산 절감을 당면 과제로 안고 있는 정부 및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문인천 서광양행 대표 moonic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