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에게 듣는 문화콘텐츠 창작](4) 형민우 작가

[명장에게 듣는 문화콘텐츠 창작](4) 형민우 작가

 ‘할리우드가 선택한 만화가.’

 만화가 형민우를 이야기할 때 항상 수식어처럼 따라 다니는 이야기다. 그의 만화 ‘프리스트’가 작가의 이름이 유명세를 타기도 전에 2006년 할리우드에서 영화화하기로 결정되면서 그는 일약 만화 원소스멀티유스(OSMU)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그의 대표작 프리스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신부 아이작 이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대원씨아이를 통해서 16권까지, 미국에서는 도쿄팝을 통해서 출판 중이다.

 형민우 작가는 할리우드가 그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가공 잘된 요리가 아니라 다듬어지지 않은 날 식자재 느낌이었을 것 같다”며 “영화화할 수 있는 좋은 소스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실제 스파이더맨3의 감독인 샘 레이미 프로덕션에서 제작 중인 그의 작품은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사촌동생이나 흡혈귀가 나오는 등 많은 재가공이 가해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원작자로써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영화 제작사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대표작 프리스트가 할리우드에 작품이 팔려나간 최초의 한국 만화라는 영예를 안고 있지만 형 작가는 이 작품을 ‘딜레마’고 ‘양날의 검’같은 존재라고 명명한다. 그가 게임 ‘블러드’를 통해서 영감을 얻은 10년 전에는 세기말을 소재로 하는 것이 보편화됐지만 현재는 스스로 동기부여를 찾지 못해 연재를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빡빡 민 머리에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인 젊은 만화가이지만 그가 만화를 제작하는 방식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 습성을 따르고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디지털로 전송을 할 때 원고지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가고 만화 작업 중 일부인 톤 작업도 수작업으로 하는 몇 안되는 작가다.

 스스로를 ‘출판사가 컨트롤하기 힘든 작가’라고 칭하는 형민우 작가는 “기존의 시스템을 거부하는 것이 내가 작품을 할 수 있는 이유”라고 대답했다. 대부분의 만화가들이 동호회나 개인적인 취향에서 시작해서 문하생 생활을 거쳐 잡지 연재나 공모전을 통해 데뷔하는 보편화된 길을 걷는데, 그렇게 스템에 길들여지다 보면 자유로운 상상력이나 기능들이 소진된다는 뜻이다.

 형민우 작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프리스트를 통해서 “좋아하는 것에 대한 것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즐기는 거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나 발상은 다른 거에 비교할 바가 안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만화를 “나 혼자 그리고 덮는 작업이 아니라 내가 그리고 누군가가 보는 상호교류가 있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 프리스트 역시 독자들의 반응을 통해 굉장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지는 완성체라고 한다.

 자의든 타의든 아직까지 완간한 만화가 한 작품도 없는 형민우 작가. 그는 “항상 그리다만 프리스트 원고지가 작업실 한켠에 있다”며 “언젠가 반드시 완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