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D` 투자 효율이 중요

 IT대기업들이 올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확대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전자신문이 이들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기전자업종 상위 10개사의 R&D 투자 규모가 5조808억원을 기록, 작년 동기(4조5801억원)보다 10.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이 기간 중 3조2544억원을 투자,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증가하며 가장 많았는데 이는 상위 10개사가 투자한 전체 금액의 절반 이상 되는 액수다. LG전자도 작년 상반기보다 8.9% 늘어난 8140억원을 R&D에 투자함으로써 조만간 1조원 시대를 열 것을 예고했다. 또 하이닉스는 작년 상반기보다 무려 52% 늘어난 3661억원을 쏟아부음으로써 반도체가 그 어느 분야보다 R&D가 중요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R&D는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불황일수록 오히려 R&D에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호황기에 제대로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경기와 상관없이 R&D비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이 마땅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IT대기업들이 상반기 어려운 경제환경에도 R&D비를 작년보다 확충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눈을 해외로 돌리면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경기와 상관없이 R&D에 대폭 투자하고 있다.

 특히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퀄컴 같은 기업은 매출의 30% 정도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경기와 상관없이 늘 승승장구하는 것이다. 소니, 히타치 등 세계적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 IT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R&D에 사운을 걸며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비록 우리 IT기업이 R&D비를 확대하고 있지만 과연 적정한 규모인지, 더 확대해야 할 여지는 없는지 등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 IT기업이 그동안의 모방 전략에서 벗어나 스스로 새로운 것을 개발, 세계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유감스럽게도 얼마 전 유럽연합(EU)이 발표한 ‘2007 세계 100대 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를 보면 삼성전자의 순위는 2005년 9위에서 2006년 10위로 한 단계 하락했고 LG전자는 순위 하락은 없었지만 60위에 불과했다. 글로벌 시각으로 보면 우리 대형 IT기업들의 R&D는 아직 과제가 많은 셈이다. 비용 확대뿐 아니라 R&D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즉, 단순한 기능 업그레이드보다는 신수종 사업 발굴에 연구력을 보다 집중해야 한다. 국내 및 해외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개방과 공유 시대를 맞아 R&D도 예외 없이 협업이 승패를 좌우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