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가 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BSI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은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여서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알다시피 수출을 기반으로 경제를 성장시켜온 한국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반도체·FPD, 자동차, 중공업, 철강 등 주요 제조업 부문별로 한국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 기업에서 파급되는 경제적 효과는 우리 경제가 초고속으로 성장해 온 핵심동력이다. 이러한 우리 제조산업이 최근의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허덕이고 있는 모습은 비단 제조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제조업이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많은 제조기업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의 생산시스템인 TPS(Toyota Production System)는 가히 혁신이라 할 만큼 꾸준히 전 세계 제조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TPS는 생산현장의 수많은 관리포인트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가면서 최적의 생산환경을 구현해 결국 생산현장의 투명한 관리가 기업 생산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도요타는 이와 같은 정밀한 생산관리 기법을 근간으로 현장 중심의 경영을 지향하고 있으며 2008년 상반기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마산자유무역지대에 위치한 노키아의 한국법인인 노키아TMC는 단일 휴대폰 제조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직원 수가 700여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전 세계에 산재한 14개의 노키아 휴대폰 공장 중 생산성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7년 실적을 기준으로 노키아TMC의 1인당 매출은 31억원으로서 삼성전자의 네 배에 달하며, 1인당 당기순이익은 1억7000만원으로 삼성전자의 두 배에 이른다. 이 회사가 이처럼 높은 생산성을 보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생산공정을 자동화하고 생산에 투입되는 자재, 설비, 인력 등 핵심 요소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담당하는 수준 높은 생산관리시스템(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을 운용하는 덕분이기도 하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진 제조기업들은 분명 그 이유를 가지고 있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공장 내에 원자재가 투입되는 순간에서부터 완제품을 만들어 출고하는 시점까지 공정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이상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고, 최단시간 내에 복구할 수 있는 고도화된 MES를 기반으로 빈틈을 최소화한 현장관리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과정에서의 손실과 추가비용 발생을 줄이고 원가와 품질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공급해 기업 전체의 이익을 유지하고 향상시켜 나간다.
그동안 제조기업의 운영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많은 IT가 ‘테크놀로지 드리븐’의 모습을 띠면서 시스템의 운용에 주안점을 뒀다면 이제는 이를 넘어 ‘생산성 향상’이라는 실제적인 투자효과를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비즈니스 드리븐’ 애플리케이션에 시선을 집중해야 한다.
낮은 임금과 대량생산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 한국의 제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MES를 갖추는 것은 해외의 많은 선두기업이 그랬던 것처럼 생산성과를 높이기 위한 필수요소다. 제조현장을 둘러보라. 지금 이 시간에도 관리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생산유실이 기업이익을 좀먹고 있을지 모른다.
백원인 미라콤아이앤씨 대표이사 woninb@mirac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