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통위의 산업 마인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늦었지만, 그래서 비판도 받았고 지적도 당했던 산업 마인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최시중 위원장이 21일 취임 후 처음으로 통신사업자 최고경영자들과 회동한 것과 그 결과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방통위는 이 자리에서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통신사업자의 투자 유치를 적극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자의 투자를 확대해 산업 전반의 파이를 키우고 여기에 동시에 수많은 중소 벤처기업의 경영 정상화와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방통위가 비로소 산업과 일자리라는 또 다른 국정지표 실현에 나선 셈이다. 방통위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계획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통신사업자의 광고비와 대리점 수수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존 마케팅 비용을 콘텐츠와 같은 미래동력 산업 쪽으로 투자 전환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윈윈을 겨냥하고 있고 IT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보자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IPTV나 인터넷전화(VoIP) 등 정책 현안을 이른 시간 내에 가시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방통위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더라도 지나친 의욕은 곤란하다. 개괄적인 가이드라인 제시와 독려를 넘어서는 모습도 눈에 띄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에게 마케팅 비용 가운데 얼마를 돌리라든지, 점검반을 구성하라든지 하는 고압적이고 강제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실행대책도 끼어 들었다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의 투자는 해당업체의 전략과 시장상황에 따라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수익이 보이지 않는 곳에 정부가 힘으로 돈 태우라며 윽박지른다고 순순히 응할 기업은 없다. 투자를 유도하는 것과 강제하는 것은 다르다.

 방통위가 기업의 투자경쟁을 촉진하려면 선결조건이 있다. 투명하고 일관된 정책 수립과 집행을 통해 기업과 시장에 신뢰를 주어야 한다. 예컨대 위피와 와이브로를 보자. 위피 정책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사업자와 단말기업체, 콘텐츠업체 간 이해가 엇갈린 예민한 사안이지만 시장에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투자를 할지, 새로운 대안을 찾을지 결정할 수 있다. 와브로 역시 마찬가지다. 말로만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치켜세울 뿐 시장 드라이브는 실종됐다. 사업자가 투자에 미온적이면 그 이유를 찾아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방통위의 몫이다. 수많은 이견과 반대에 직면한다 해도 선택은 정부가 해야 하고 대한민국 통신정책의 방향성을 분명히 내보여야 한다. 시장과 자금은 불투명성을 가장 싫어한다. CDMA에서 디지털TV 표준까지 과거의 예를 돌아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과감히 결정하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정책이 제시되면 기업은 기꺼이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