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웹 표준과 패러다임 전환

[월요논단]웹 표준과 패러다임 전환

 유재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뜨거웠던 베이징 올림픽이 어제로 막을 내렸다. 수영과 같이 전통적으로 약세였던 종목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거머쥐며 한국스포츠는 한 발짝 더 세계적 수준에 다가섰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한국 대표 팀의 선전만 관심을 끌었던 것이 아니다. 경기 자체를 즐기는 우리 선수들의 기분 좋은 ‘여유’와 과거와 달리 승패나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는 성숙한 관전 태도는 우리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일부 언론의 해석처럼, 지난 올림픽에 비해 불과 4년 만에 스포츠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가 선진국형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한다.

 사실 패러다임 전환의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이 IT시장이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시대의 조류에 따라 기존 패러다임은 순식간에 붕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재빨리 이를 대체한다. 이제는 ‘일상’으로 뿌리내린 인터넷에서도 소리 없이 패러다임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웹 환경의 진화와 소비자 요구가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는 어떤 제품으로 어떤 기기를 이용해 접속하든 똑같은 인터넷 사용환경을 기대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최근 각종 휴대형 기기에서도 PC와 똑같은 인터넷 브라우징 환경을 구현해주는 ‘풀브라우징’ 기술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같은 소비자 욕구를 반영하는 좋은 사례다.

 반면에 지금까지 인터넷과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사용해온 브라우저는 PC와 노트북PC를 기반으로 해서만 구축되고 발전해왔다. 사실상 그 외 방법으로는 인터넷으로 접속할 기반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무선 통신기술과 함께 각종 디지털 기기의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며 인터넷 사용환경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기반이 조성됐다. PC와 노트북PC 등 컴퓨터 기반의 인터넷과 브라우저만으로는 인터넷 사용자의 편의를 충분히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생긴 것이다. 이 한계를 넘도록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것이 웹 표준이다. 유선을 통한 인터넷만 있을 때는 PC 기반의 브라우저면 충분했기 때문에 저마다의 표준으로 브라우징 서비스를 했다.

 그러나 유선과 무선이 통합되면서 다양한 단말기에서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이른바 ‘손가락 하나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는 유무선 기기 사이의 원활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통일된 방식으로 웹을 구축하는 표준이 뿌리내리면 이를 통해 다양한 브라우저 사이의 정보 공유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까지 PC를 통해 제공돼온 인터넷 정보들을 다양한 단말기에서 그대로 보거나 가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다양한 단말기에서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규 서비스가 등장할 기반도 마련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이제 각종 단말기와 기기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서비스 업체의 비즈니스 기회도 확대할 수 있는 웹 표준 패러다임이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이 같은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전 세계적으로 70%에 달하는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는 경쟁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웹 표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미국의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은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를 지배하는 인식, 이론, 관습, 사고, 가치관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틀 또는 개념의 집합체’라고 정의했다. 인터넷이 우리 나라에서 대중화된 지 14년, 이제 표준과 상호운용성이 이 시대의 웹 환경을 지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들어서고 있다.

 jaesungy@micro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