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으려는 `정부` 누리려는 `시민`

 “제발 도와주세요. 시민들이 자유를 박탈당하고 국가가 몰락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루지야·러시아간 오프라인 무력 충돌이 온라인에서 재연된지 며칠 후, CNN의 온라인 포럼에 그루지아 통신원이 긴급한 도움을 요청했다.

 안드로 킥나츠라는 이름의 이 온라인 통신원은 양국 정부가 공공 기관 및 뉴스 사이트를 차단함으로써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호소했다.

 양국의 사이버 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 필터링과 검열’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CNN은 늘 정부가 걸러낸 콘텐츠만을 접하는 오늘날 인터넷 사용자들은 이른바 ‘음모 이론’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세계는 지금 온라인 감시 중= 필터링은 특정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 자체를 제한하거나 콘텐츠 등을 검열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있다.

 ‘프리덤하우스’의 카린 카르카 수석 연구원은 “다수 국가의 정부가 의도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동맹국과 연계해 필터링에 도입하고 있다”며 “페이스북 등에 접속해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까지 차단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픈넷이니셔티브의 2007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국의 3분의 2가 정부 차원에서 필터링에 개입해 왔다.

 론 디버트 토론토대학 시민랩의 국장은 “일부 국가가 광범위하게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반면 남한처럼 북한 등 특정 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막는 곳도 있다”며 “영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은 아동 포르노 및 테러리즘을 조장하는 사이트에 대한 필터링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검열에서 사이버 전쟁 도구로= CNN은 특히 그루지야와 지난해 벌어진 에스토니아 사태 이후 단순히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해 사용되온 필터링이 사이버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핵심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너선 지트레인 하버드 로스쿨 버크먼 센터 공동 창업자는 “필터링 전술은 사이버 전쟁에서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며 “그루지야 전쟁에서 입증된 것처럼 정부가 원하는 메시지만을 시민에게 전달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적대국의 선전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터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비스 접근 거부’ 공격처럼 아예 사이트의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컴퓨터를 해킹하는 방법도 사이버 전쟁에 동원되고 있다.

 ◇뛰는 필터링 위에 나는 사용자들= 이처럼 사이버전에 대비한 정부의 감시가 점점 심해지면서 콘텐츠를 마음껏 누릴 권리를 박탈당한 네티즌들은 창(정부)에 맞설 방패를 날로 진화시키고 있다. 사용자들은 시민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나 ‘사이폰(Psihpon)’과 같은 유명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이란에서는 사용자들이 프리덤하우스의 ‘고자르(Gozzar)’ 웹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규제에 대항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 사이트는 이란 정부 당국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일주일 단위로 도메인을 변경하고 있다. 오픈넷이니셔티브의 공동 창시자이기도 한 조너선 지트레인은 “사용자들이 검열 사이트를 발견했을 때 이를 보고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무료 툴을 제공한다”며 “이는 정부의 감시망이 촘촘해지는 여러 국가에서 시민들의 자유를 어느 정도 보장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