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미래형 IT인프라 서비스 구현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참석자
김경섭 행정안전부 정부통합전산센터 부이사관
김명자 IT전략연구원 이사장
김창섭 지속가능소비생산연구원장
박경석 KT 기업고객서비스본부장
백도민 NHN CIO
유화현 한국HP 상무
윤영태 이슬림코리아 사장
윤은경 인텔코리아 전무
현동석 FIT포럼 공동대표
(이상 가나다순)
※사회=박승정 전자신문 정보미디어부장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건국 60년 축사를 통해 새로운 60년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했다. 녹색성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IT인프라의 에너지 효율화다.
IT 부문의 에너지 소비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중심으로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디지털 정보기기 확산으로 개인 소비자의 전력 이용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올 들어 불어닥친 유가인상, 세계 경기위축 등의 대외 불안요인은 하루빨리 IT 인프라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화를 이뤄야 한다는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줬다.
미래형 IT인프라는 단순히 고성능·대용량에 머무르지 않고 얼마나 적은 에너지로 많은 성능을 낼 수 있느냐가 미래형 IT 인프라의 핵심 요소다. 전자신문은 지난 22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산학연관 각계 전문가<편집자>
◇사회(박승정 전자신문 부장)=최근 유가급등과 경기불황 등으로 인해 IT 부문의 에너지 효율화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도 녹색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계를 비롯해 IT 업계,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이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필연적이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FIT포럼의 출범 배경을 들어보자.
◇현동석(FIT포럼 공동대표)=IT 부문의 에너지 효율화가 IT 인프라 발전의 근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IT 인프라의 전력체계를 직류전원(DC)으로 바꾸는 것은 에너지 효율화를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움직임이다. 발전설비를 직류로 전환한다면 기존 대비 20∼30% 전력량을 줄일 수 있다.
IT 시스템 운용 규모가 큰 IDC는 이러한 효과를 가장 빠르게, 크게 얻을 수 있는 분야다. 여기서 얻어진 전력 소모량 절감은 모두 환경 개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수요자, 공급자 등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FIT포럼을 통해 각계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모은다면 친환경 IT인프라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FIT포럼은 ‘지속성장 가능한 미래형 IT인프라 서비스 구현’이라는 슬로건을 달았다. 바람직한 IT인프라는 국가 경쟁력과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김명자(IT전략연구원 이사장)=IT를 타 기술과 융합함으로써 IT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나아가 국가 발전에도 도움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 부문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이 가운데 시급한 것은 그린 에너지체계 구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그린카, 그린홈 등은 그린코리아의 하부구조에 해당한다. 그린코리아는 막연한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틀을 잡을 수 있다. 자원절약, 효율성 개선효과를 가져오는 직류전원 시스템이 하나의 예다. 직류전원 시스템을 IDC뿐 아니라 사회 전체 인프라로 확대한다면 국가적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사회=미래형 IT인프라는 복합적이다. 현동석 대표의 지적대로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 먼저 서비스 업계 차원에서 친환경·고효율 IT인프라 구축 현황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박경석(KT 기업고객서비스본부장)=IDC의 전력소모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아시아 최대 수준으로 지어진 KT 목동센터 같은 IDC가 3년마다 세워지고 있고, 이 주기는 갈수록 짧아질 것이다. 목동센터의 전력 소모량은 충주시 전체와 맞먹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고 무조건 물리적인 확장만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IDC의 효율화가 시급하다. KT는 직류전원 서버 도입으로 전력 소모량을 20% 줄였고, IT 자원을 쓴 만큼만 과금하는 유틸리티컴퓨팅으로 기존 자원의 5분의 1만으로 동일한 컴퓨팅 파워를 얻고 있다. 업계의 이 같은 노력에 정부의 IDC 전력요금 인하 등의 혜택이 더해진다면 IDC의 에너지 효율화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백도민(NHN CIO)=NHN은 그간 고성장을 거듭하면서 비즈니스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 역시 계속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는 한때 데이터센터 공간이 부족해 비즈니스 위기를 맞았을 정도다. NHN은 이러한 것을 경험하면서 IT 인프라 효율화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선택한 효율화 방법 중의 하나가 저전력 IT 시스템 도입이다. 사실 최신 저전력 IT 제품은 성능에 비해 가격이 높은 면이 없지않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운용해보니 초기 도입 비용은 많이 들지만 결과적으로 저전력 프로세서나 서버를 도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회=업계와 달리 정부는 국내 IT 인프라의 효율화를 이끄는 동시에 정부 자체의 IT 자원을 효율화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 IT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정부통합전산센터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김경섭(정부통합전산센터 부이사관)=최근 영국에서 그린IT전략 보고서가 나왔는데 정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0%가 IT 부문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이를 줄이고 친환경 IT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지난달 일부 업무시스템을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통합하니 전력 소모량이 40% 줄었다.
앞으로 서버 도입시 저전력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친환경 가이드라인도 만들어갈 방침이다. 센터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으로 친환경 가이드라인을 확대한다면 우리나라는 ‘IT강국’에서 ‘그린IT’ 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사회=참석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IT 시스템의 중요성이 계속 강조되고 있다. 서버 효율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프로세서는 그린IT의 기초에 해당한다고 보는데.
◇윤은경(인텔코리아 전무)=맞다. 전체 IT 부문의 에너지 효율화를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버를 구성하는 프로세서다. 그래서 인텔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저전력 프로세서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싱글코어에서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전환, 성능은 네 배로 높이면서 소비전력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와 함께 본사의 데이터센터 운용 노하우를 국내에 전하는 등 한국 고객 및 환경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그린IT 강국을 구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인텔의 사례처럼 아무래도 컴퓨팅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가진 글로벌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HP도 그린코리아를 위해 다양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화현(한국HP 상무)=글로벌 기업이 비즈니스를 펼치면서 기업으로서 가져야할 사명이 있다. 해외 선진 IT기법을 한국에 빨리 공급하여, 국가 IT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한국은 IT 부문에서 효율화 노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단편적이고 부분적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선진국들이 앞선 부분이 바로 이러한 점이다. 특정 분야가 아니라 포괄적인 접근을 통해 IT 인프라를 친환경하고 있다.
외국에서 효과가 입증된 기술과 기법을 국내에 전하고, 반대로 국내에서 인정받은 기술을 역으로 해외로 수출하는데 기여하겠다.
◇사회=지금까지 언급된 서버는 사실상 해외 기업이 주도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업체들도 미약하나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서버업계의 기술 개발 현황은 어느 정도인지 들어보자.
◇윤영태(이슬림코리아 사장)=KT의 지원을 받아 직류전원 서버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이들 제품에 대한 개발 경험이 없었던 만큼 도입 초기에는 안팎의 우려가 많았지만 다행히 좋은 성과를 거뒀다. 에너지 소비량이 줄었을 뿐 아니라 서버 안정성도 개선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처럼 앞선 기술은 시장 수요가 크지 않다.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은 길게 내다보고 시장 수요에 한발 앞서 제품을 개발해나갈 수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는 국내 서버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중소기업도 안정적으로 미래 기술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적극 뒷받침 되길 바란다.
◇사회=지금까지 산업계와 정부를 중심으로 미래형 친환경 IT 인프라 도입에 관해 논의했다. 하지만 다른 영역에 속하는 시민사회 및 소비자단체는 이와는 또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의 시각은 어떠한가.
◇김창섭(지속가능소비생산연구원장)=시민사회단체도 다양한 시각으로 IT의 친환경화를 지켜보고 있고, 친환경 활동에 참여한다. 단체마다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 운동도 IT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IT의 발전과 소비자의 요구를 조화롭게 접목시켜야 한다.
친환경 IT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함께 개편돼야 한다. 건설, 가전, 통신업체가 어우러져야 한다. 이를 논의하는 시민사회 및 소비자 단체의 구조도 다면화돼야 할 것이다.
◇사회=근시안적인 투자보다는 중장기적인 투자, 부분적인 노력보다는 포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 하다.
◇김명자=그린IT 코리아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말로만은 안 된다.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IT 자산과 경험을 살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이를 잘 해결한다면 정부 역시 IT 관련 예산을 늘리고, 민간 부문의 IT 투자도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다시 다른 산업분야로 파급되고, 소비자 역시 에너지 절약 노력을 펼치는 성공적인 그린 프로젝트로 완성될 것이다. 지난 20세기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면, 이제는 21세기 그린코리아의 기적을 이룰 차례다.
◇현동석=우리나라가 한발 앞서 진행하고 있는 직류전원 인프라 구축이 좋은 성공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세계 표준화한다면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이다. 앞으로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부 및 업계와 친환경 IT 인프라 구축에 힘쓰겠다.
◇사회=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친환경·고효율 IT인프라 구축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오늘 이 자리에서 논의된 대로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 IT 인프라 친환경화를 이룬다면 ‘그린코리아’가 먼 얘기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 여러분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정리=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