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에 이어 KT·LG파워콤 등 초고속인터넷사업자가 관행적으로 전개해온 불법적인 고객정보 유용 행태에 철퇴가 가해졌다.
이에 따라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의 고객정보 보호 조치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25일 전체 회의를 열고 KT와 LG파워콤의 개인정보 유용 행위 등을 놓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을 이유로 각각 30일과 25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는 지난 6월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40일 영업정지에 이은 조치로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의 고객정보 유용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방통위의 이 같은 강경한 제재조치는 정보통신산업 진흥에 못지않게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한 정책 목표며, 이를 위해 정부가 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방통위는 이날 영업정지와 함께 KT가 자사 포털인 메가패스닷넷에 고객을 무단으로 가입시키고, 연체정보 제공 시 본인 확인을 소홀히 한 행위 등에 대해 과징금 4억1800만원을, 개인정보 파기와 관련해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
LG파워콤 역시 연체정보 제공 시 본인확인 소홀을 이유로 과징금 2300만원, 개인 정보 활용동의 철회 후 이를 파기하지 않은 행위와 해지자 개인정보 별도 DB 관리 미비 등으로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했다.
이기주 방통위 이용자네트워크 국장은 “KT와 LG파워콤의 징계 수위는 위반사항과 건수를 감안했다”며 “영업정지 시행은 이르면 이번주에, 늦어도 다음주에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국장은 “개인정보 유용의 엄정한 시정조치가 사업자에게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KT는 “사업자별 정보 보호 노력의 차이와 법 위반 수준 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이라며 “방통위가 지적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향후 철저한 관리와 제도정비 등을 거쳐 고객정보 보호에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는 방침을 내놨다.
LG파워콤 또한 “앞으로 업무 전반의 시스템을 보다 더 면밀히 점검, 개선해 개인정보 보호 등 고객가치 제고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엇갈린 시기에 비슷한 사안에 대한 제재조치가 내려지면서 규제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개인정보 유용 94만건에 대해 40일 영업정지와 과징금 1억4800만원,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부과된 영업정지의 기간이나 과징금 규모에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방통위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하나로텔레콤의 제재 이후 KT와 LG파워콤에는 조사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 하나로텔레콤이 상대적으로 강한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KT와 LG파워콤에 영업정지 등 제재가 부과되면서 통신상품 성수기를 맞아 ‘미리 매를 맞은’ 하나로텔레콤의 상대적 약진이 점쳐지고 있다.
KT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에 비해 징계 기간은 짧지만 지금은 혼수철과 이사철에, IPTV 본 방송을 앞두고 한창 마케팅에 총력을 다할 시기여서 오히려 경영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원배·황지혜기자 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