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50편 남짓한 드라마가 TV에서 방영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드라마는 단 몇 편뿐이다.
뉴하트는 태왕사신기란 대작 뒤에 나왔고, 대선과 설날처럼 시기적으로 불리한 요소를 안고 시작한 작품이다. 흉부외과라는 소재는 이미 종영된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시도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평균 시청률 20%를 기록하고 ‘난 의사다, 사람 살리는 의사’ ‘뒤질랜드’와 같은 어록을 유행시키며 인기를 끌었다.
박홍균 MBC 드라마 PD는 뉴하트의 성공요인에 대해 “내용적인 면에서는 한국 흉부외과의 현실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꾀했고 시청차 층은 넓게 잡아서 쉽게 가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제작 전 1년간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드라마 속 인물들이나 상황이 과거 제작된 드라마와 겹치는 경우를 정리해보니 A4용지 여덟 장에 달하더라는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영화 ‘7인의 사무라이’에서 약탈당하는 마을을 존폐의 기로에 놓은 한국 흉부외과에 비유했고, 등장하는 의사들을 사무라이에 빗대서 표현했다.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 돼지 47마리를 잡아 심장을 구했고, 수술실 장면을 많이 삽입해 15세 이상 등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홍수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많은 작품이 나오는 현실에서 “드라마 제작은 소비자를 철저히 고려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드라마 연출자가 드라마를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생각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해도 어느 정도 시청률이 나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뉴하트 역시 통상적으로 다른 드라마들이 주 시청자 층을 10∼30대 여성을 고려할 때, 남성 시청자들도 공략해 접근했다.
박홍균 PD는 드라마를 찍는 동안 가장 무서운 것으로 네티즌의 평가를 꼽았다. 그는 “특정 게시판에서 올라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송곳이지만 결국 그것을 통해서 콘텐츠도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PD는 좋은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완성된 대본을 쓸 수 있는 작가의 필요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D는 완성된 대본을 현장에 맞게 표현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은 ‘집필의 힘’이라는 뜻이다.
박홍균 PD는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최근들어 외주 제작이 활성화되면서 전문직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방송법에 묶여 광고 판매 외에 수익을 창출할 방안이 없다보니 외주 제작사 현실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그는 “한류가 사그라지고 2차 콘텐츠 판매가 위축되면서 광고 판매말고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해결해 주지 않으면 외주사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