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 범죄 감소 → 도시 르네상스’
미국 뉴저지주 최대 도시인 뉴어크(Newark)가 마약과 살인 등 각종 범죄로 일그러진 오늘날 미국 대도시의 모범으로 떠올랐다. 코리 브룩커(Cory Brooker)라는 39세의 혈기 왕성한 젊은 시장이 이끄는 뉴저지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종합적인 범죄 소탕 시스템을 구축, 1960년대 전성기 이후 내리막을 걸어온 지역 경제에 부활 신호탄을 쐈다.
뉴어크는 미국 경제 중심지 맨해튼과 불과 10마일 떨어진 지리적 요충지, 룻거대, 세톤홀대 등이 모인 학문집적단지 등 다양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범죄 때문에 주민들이 떠나간 무관심의 땅이었다.
◇허드슨강을 가르는 최첨단 범죄 방지시스템 = 2006년 시장으로 당선된 브룩커 시장은 “안전하지 않은 곳에 비즈니스도 없다”면서 첨단 기술을 이용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허드슨에 방갈루르(인도 IT허브)를 설치하겠다는 말로 지역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또 정확한 총격지를 잡아내는 ‘오디오 감지 시스템’도 잇따라 설치됐다.
지난 보고서를 확인하기 위해 타이프라이터 키를 찾던 경찰들은 이제 무선 초고속인터넷망을 활용해 현장에서 보고를 올린다. 종합 관제실에서는 도시의 범죄 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범죄가 의심되면 카메라 앵글을 ‘줌인’하고 가장 가까운 위치의 경찰을 급파한다. 911 전화 신고 90초 전에 범죄 현장에 출동하는 것이 뉴어크 경찰의 목표다.
케빈 킬고어 렛츠싱크와이어리스 사장은 “이곳만큼 모든 첨단 기술을 종합한 범죄 방지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없다”고 평가했다.
◇기업이 돌아온다 =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올해 살인사건은 전년 대비 40%, 총격 사건은 19% 줄었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101명의 용의자들이 비디오 판독 후 현장에서 잡혔다. 범죄 소탕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브룩커 시장의 말도 서서히 현실이 됐다.
영국의 스탠다드차터스뱅크가 뉴어크 시내에 500명 직원을 고용, 새 사무실을 열었다. 시장의 비전에 공감한 뉴욕 헤지펀드 운용자 윌리엄 아크먼은 첨단 기술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했다. 버라이즌·AT&T·케이블시스템·퍼블릭서비스엔터프라이즈그룹·컨티넨털에어라인 등도 뉴어크 거주민들의 채용 규모를 늘렸다.
아마존닷컴의 자회사 오디블닷컴(Audible.com)은 지난 3월 본사를 웨인에서 뉴어크로 아예 옮겼다. 돈 카츠 오디블닷컴 사장은 “맨하탄보다 뉴어크의 부동산이 50% 싸다”면서 “뉴어크가 워낙 범죄로 악명 높았던 곳이어서 걱정했지만, 본사 이전 후 그만 둔 직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도시 르네상스’의 일원이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자신감을 얻은 브룩커 시장은 “첫 부임했을 때 범죄율 5∼10%만 줄여도 축하 받을 일이라고 했지만, 이제 범죄율이 50, 60, 70%까지 감소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해결한다 = 범죄 소탕 시스템을 늘려갈수록 시민 사회에선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드보라 야곱 ACLU(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국장은 “돈은 엄청나게 많이 들고 이익은 적다”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뉴어크시는 자신감을 보였다. 시는 카메라가 가정 내부를 보지 않을 것, 영상물 보존 연한은 30일로 제한할 것과 같은 규범을 ACLU와 공동으로 만들고 있다. 뉴어크 경찰관리정보시스템의 피터 루츠 경관은 “지혜롭게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첨단 기술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