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부 언론매체와 IT인들이 우리나라의 IT를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조정하면서 강력히 끌어갈 IT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담배를 피우다가 금연을 시작하게 되면 금단현상이 있듯이 해체된 정보통신부에 향수가 남아서 단순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를 IT 강국으로 부러워하던 외국 시각이 최근 들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고 푸념하는가 하면 “IT 업무가 여러 부처로 나뉘어 오히려 시어머니가 늘어났다”고 한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IT가 중요하니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충정에서 나온 듯하다. 그렇다고 정통부를 다시 만들 수는 없고 이미 활의 시위는 떠난 상태다. 현 상황을 잘 살펴보고 최선의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우선 IT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IT 산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 외환보유고가 2622억달러였는데, IMF 위기 이듬해인 9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IT 분야 누적 무역수지 흑자가 3069억달러였다. 지식경제부는 올해에도 7월까지 IT 산업에서 352억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IT산업이 없었다면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주요 수출품은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3대 품목에 70%가 집중돼 위험한 외줄을 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의 IT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지난 20여년간을 돌이켜보면 지속적으로 네 박자를 잘 맞추어 왔다. IT의 네 박자 구성요소는 이용자, 서비스 사업자, 산업체 그리고 정부다. 산업체가 새로운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 사업자가 적극 도입해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이용자는 새로운 IT 서비스를 누리고 이러한 선순환의 생태계를 정부가 적절히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요즘 IT 분야의 네 박자가 삐그덕거리고 있다. 민간 주도 추세에 정부는 뒤로 빠진 삼박자 형태를 얘기한다. 나의 견해로는 앞으로도 IT 분야가 네 박자에 맞추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IT의 경쟁력을 키워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는데 IT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으니 종합적인 기획과 조정이 잘되지 않는다고 한다. IT산업 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이관했으나 지식경제부가 IT의 종합 조정기능을 담당하기엔 백화점처럼 모든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업무특성상 적합하지 않다. 지경부는 현재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인 에너지와 자원 분야 업무에 전념해야 한다. 여기에다 IT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 IT는 기존 모든 산업과 융합되기 때문에 융합 분야는 지경부가 계속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원유와 자원이 빈곤한 우리나라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잘하는 IT를 더욱 키워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설립 당시의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방송통신위원회는 합의제로 운영되는 규제업무와 진흥을 위한 독임제 업무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방통위가 규제적인 업무에만 너무 치중하고 IT산업에는 상대적으로 비중을 낮추는 듯 IT업계에서 느꼈기 때문에 IT 컨트롤타워 얘기가 나온 것 같다. 이 업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해야 한다.
우리나라 IT 대기업은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현재는 중소 벤처기업에 비전과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IT 컨트롤타워로서 기획과 종합조정은 물론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해본다.
임주환 광운대학교 석좌교수·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원장 chyim1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