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산업을 살리려면 아이튠스를 멀리하라.’
미국 음반 산업계에 애플 아이튠스 경계령이 내려졌다. 미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 시장의 90%를 장악한 아이튠스가 앨범 단위가 아닌 곡 단위 판매에 치중하면서 인기 가수들이 ‘아이튠스가 음악 산업을 망친다’며 잇따라 아이튠스와 결별을 선언했다.
◇키드록·이글스 “굿바이, 아이튠스” = 월스트리저널은 지난해 ‘록큰롤 지저스(Rock’n Roll Jesus)’로 미국에서 16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인기 록가수 키드록이 최근 아이튠스에 곡 판매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워너뮤직그룹의 애틀랜틱레코드는 키드록에 이어 지난주 인기 R&B 가수인 에스텔의 곡을 아이튠스 목록에서 내렸다. 에스텔의 곡은 최근까지 아이튠스 인기 판매곡 톱10 안에 들었다.
이에 앞서 이글스도 최신곡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을 미 최대 오프라인 음반 판매점인 월마트에만 독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인기 상승세를 달리는 호주 출신 가수 AC/DC는 아예 데뷔 때부터 아이튠스에는 곡을 제공하지 않았다.
◇온라인 음악 골리앗, 생태계 교란 = 음악 생태계의 ‘골리앗’ 아이튠스의 영향력을 뒤로 한 채 주요 음반사들이 아이튠스로부터 ‘탈출’을 감행한 것은 장기적으로 음반사와 가수들에게 독이 되는 판매 방식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튠스에서 1곡당 99센트에 음악 콘텐츠를 판매 중이다. 음반사 관계자들은 아이튠스의 판매 방식이 앨범 전체에서 인기있는 한 두곡 만을 팔고 나머지는 ‘양만 채우는(filler material)’ 쓸데없는 곡으로 전락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음악 산업을 사지로 내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이 곡당 취하는 이익은 30%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은 온라인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8억4400만건의 싱글 음악 파일을 내려받았다. 반면 앨범 전체를 구매한 건수는 5000만건에 불과했다. 키드록의 매니저인 켄 레비탄은 “아이튠스의 성장은 음악 산업계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이는 오히려 음반 시장의 종말을 고하는 전조”라고 비판했다.
◇쉽지 않은 선택 = 이처럼 불합리한 판매 구조를 인정하면서도 음반사들이 아이튠스와 인연을 끊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현재 미국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 시장에서 아이튠스의 비중은 90% 이상이다. 조사 기관 NPD그룹에 의하면 올 초 아이튠스는 미 전체 음반 판매량의 19%를 기록, 16%를 기록한 월마트를 제쳤다. 5년 전 문을 연 이후 아이튠스를 통해 팔려나간 곡은 50억곡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데이빗 골드버그 전 야후 디지털음악부문장은 “U2나 콜드플레이 정도의 스타들이 아이튠스를 떠나지 않는 이상 엑소더스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또 한편으로 이용자들의 불법 음악 파일 이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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