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포럼]새주소와 새우편번호 사업에 대한 준비

 밀레니엄 버그로 더 잘 알려진 Y2K 문제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금융기관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자계산이나 원금계산에 차질이 생겨 금융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예상되는 문제들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기업들도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대대적으로 시스템 점검을 실시했다. 이러한 사회적인 관심과 기업들의 노력 때문인지 이 문제가 별 혼란 없이 해결됐던 것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2012년이면 행정안전부에서 준비 중인 새 주소 사업이 전면 시행된다. 그리고 동시에 우편번호 체계의 개편도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에서 버스 체계를 바꾸면서 기존에 외우고 있던 버스 번호가 무용지물이 됐듯 새 주소 체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기존에 알고 있던 주소가 무용지물이 되고, 우편번호 또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의 영향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당장 내년 주민등록에 사용되는 주소가 새 주소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상되는 변화가 큰 사업을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심은 적은 것이 현 상황이다. 자기 주소만 외우면 되는 개인은 이 사업이 그리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우편번호는 필요한 경우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친구들의 명단처럼 많은 주소를 관리하는 개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가 적기 때문에 조금만 힘을 들이면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경우 고객 주소는 CRM 등 고객 관리를 위한 중요한 정보면서 동시에 시장을 분석하기 위한 기초 정보다. 현재 우리나라 우편물의 90% 이상이 기업이 고객에게 발송하는 대량 우편물일 정도로 기업에 우편은 중요한 고객 관리 수단이다. 각 기업은 적게는 몇 만건에서 많게는 몇 천만건에 이르는 고객 주소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주소와 우편번호 체계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도 몇몇 업체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새 주소를 사용하는 고객이 늘어나게 될 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저장하고 처리해야 하는지 문의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어떤 문제건 ‘예방’이 중요하다. 2008년 하반기는 기업들의 예방을 위한 적절한 시기다. 아직 새 주소 형태로 입력되는 고객 주소가 거의 없고, 주민등록이 바뀌는 내년에 상당 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예방이 필요한 것은 고객이 입력하는 새 주소를 곧바로 현행 주소로 변환할 수 없고, 현행 주소 역시 곧바로 새 주소로 변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환을 위해서는 기업이 관리하는 고객들의 새 주소나 현행 주소 모두 정부가 관리하는 표준주소로 관리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형태로 고객의 주소를 관리하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러한 문제는 고객의 주소에 정확한 우편번호를 부여하기 위해 우편번호 정제작업을 실시한 기업도 마찬가지다. 새 주소 변환을 위해서는 번지, 건물까지 정확하게 주소가 부여돼 있어야 하지만 여기까지는 우편번호를 정비하기 위한 작업의 대상이 아닌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우정사업본부가 실시하는 공청회 등에 참가해 확인한 결과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하려는 준비를 계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현 주소를 표준 주소로 변환하는 등 정부가 해결해줄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고객주소를 관리하는 기업들은 개별 기업 차원의 관심과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동옥 오픈메이트 마케팅담당 이사dooley@openmat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