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기명날인문서·서명문서·계약서 등은 전자(화)문서를 보관하더라도 원본문서(종이문서)를 함께 보존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정부와 업계가 세계 최초로 추진해 온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은 사실상 중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문서를) 공인전자문서보관소에 보관하는 경우 실물(종이문서) 보관 의무가 면제되나, 기명날인·서명문서·계약서 등 위·변조 소지가 큰 문서는 제외한다(국세기본법 85-3항 개정안)’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이르면 9월 1일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제외되는 문서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서는 시행령 및 규칙에서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공인전자문서보관소를 이용할 문서의 대부분이 이번에 예외조항으로 규정한 기명날인문서·서명문서·계약서 등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전자화문서가 종이문서의 효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법규정 제정을 추진, 이미 민간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 새로 마련한 국세기본법 개정안은 종이문서 보관의무를 지는 문서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문서범위도 추후 시행령으로 확정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의 눈>
국세기본법 개정안이 기명날인·서명문서 등의 원본(종이문서) 보존을 의무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자, 관련업계는 공항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정부 법령(전자거래기본법)에 근거해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에 선도적으로 뛰어든 공전소업체들은 부처간 이견으로 사업 활성화가 더뎌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업상 큰 손실을 보고 있는 마당에, 이번 개정안은 사업을 포기하라는것과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의 이같은 반발은 기획재정부가 준비해 온 국세기본법 개정안이 모든 문서의 종이문서 보관의무를 풀어주거나, 최소한 현 상법상의 원본보존 의무가 규정된 25개 문서에 대해서만 예외규정을 둘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입법예고를 앞둔 개정안은 시행령에서 어떻게 규정할 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공전소에 보관하게 될 상당수 문서가 원본을 함께 보관해야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기대와 달리 알려진 개정안은 예외 규정이 너무 광범위하다”며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날인·서명 문서들을 보관의무면제 문서에서 제외한다는 원칙 아래서는 공전소사업을 진행할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국세기본법 개정안 내용이 알려지자,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자를 포함한 전자화문서관련업계는 서울 모처에서 긴급 미팅을 갖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모인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시행령은 원칙적으로는 전자화문서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돼 있으나, 예외규정에 포함되는 문서가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문서보다 더 많은 아주 기형적인 모습이 될 수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을 피력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