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전화 과금` 놓고 유럽 이통시장 `시끌`

 유럽의 통신 규제 담당자로 통신비 인하를 힘있게 추진하고 있는 비비안 레딩과 세계 이동통신사 중 매출 최대를 자랑하는 보다폰이 미국식 과금 체계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보다폰은 9000명을 여론조사한 결과, 비비안 레딩 유럽위원회 정보사회 미디어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거는 전화와 받는 전화 모두 요금을 부과하는 미국식 과금체계를 도입할 경우 4억명 정도로 추산되는 유럽 휴대폰 사용자 중 10%인 4000만명이 더 이상 요금을 내지 못해 휴대폰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레딩의 대변인은 보다폰의 주장이 통신사간 상대방의 망이용 대가로 지불하는 접속료(termination rates)에 대해 고려하지 않아 근거가 미약하다며 “지나치게 접속료를 높여 이통사가 부당한 이익을 보고 있다”며 “이동통신 접속료를 2012년까지 현재 유럽 평균 분당 8유로센트(약 129원)에서 1∼2유로센트 수준으로 대폭 내리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위원회 측은 이통사의 비공개적이고 불투명한 접속료 산정보다 차라리 휴대폰을 받는 사람도 요금을 지불하는 투명한 미국식 과금체계가 요금 인하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유럽위원회에 따르면 EU 내 이동통신 접속료는 키프로스에선 분당 2유로센트에 불과한데 반해 불가리아에선 분당 18유로센트에 달하는 등 무려 9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유럽위원회에 앞서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은 지난달 28일 고율의 접속료 때문에 영국의 이동전화 가입자들이 매년 25억파운드(약 5조원)의 추가 부담을 지고 있다면서 접속료를 최저 분당 1페니(약 18원)로 낮추고 통화료를 가입자 쌍방에 직접 징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접속료의 투명성을 제고해 이통사들 간의 경쟁을 유발, 가입자들의 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고 오프콤은 설명했다.

 강력한 요금 인하 정책 추진과 함께 날카로운 언변을 구사해 온 레딩의 화법에 보다폰도 가입자가 급감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응수했고, 레딩도 이에 지지 않고 미국식 요금제 개편을 10월께 구체화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동인기자 di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