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허 분쟁` 철저히 대비해야

 IT분야 특허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특허청이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9년만 해도 19건에 불과하던 IT분야 특허소송이 2007년에는 152건에 달했다. 9년간 8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IT분야가 차지하는 소송 비중도 전체의 5.8%에서 13.6%로 증가했다.

 국내 IT산업은 지난 10년간 세계를 놀라게 하며 매년 두 자릿수의 고속 성장을 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상반기 현재 국내 IT산업 규모는 국내 총생산의 16%가 넘는 250조원을 차지했다. 어느 산업을 불문하고 규모가 커지면 특허 소송도 늘게 마련이다.

 특히 그 산업이 유망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는 세계 IT산업의 메카라는 실리콘밸리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IT에 이어 BT·GT 등이 실리콘밸리에서 신규 유망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최근 이 분야 특허 소송 건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 1990년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난 특허 소송은 921건이었지만 지난해 10월에는 한 달에만 2500여건에 육박했다고 한다. 소송을 이용해 로열티를 챙기려는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이 더욱 기승을 부림은 물론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구글·시스코시스템스·HP 같은 거대 IT기업은 서로 힘을 합쳐 특허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특허경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특허는 기업의 주요한 경영전략 중 하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기업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특허 중시 경영’을 선언하며 관련 조직과 인력을 확충해왔다.

 대기업에 비해 특허 출원 및 관리가 취약하지만 중소기업 역시 오래전부터 특허 경영에 힘써왔다. 이는 특허 문제가 자칫 소송으로 비화하면 기업 이미지 훼손은 물론이고 회사 존립을 위협할 만큼 금전적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IT 기업들은 향후 특허 경영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날로 높아가는 외국기업과의 특허 분쟁에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일부 글로벌기업은 특허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거액의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무역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을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은 탄탄한 논리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의 특허 공세를 받으면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IT분야 사이클은 다른 산업에 비해 짧아 향후 특허 소송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후 대응보다는 예방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요구된다. 차제에 당국은 우리의 특허 제도가 제도상으로는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고등법원급 위치에 있는 특허법원의 판결이 1심 지방법원에서 바뀌는 사례가 있는데 이런 일은 성숙한 특허문화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경쟁사 넘어뜨리기 식의 무분별한 특허 소송 남용이 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