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올림픽 여자핸드볼 준결승전에서 6초를 남긴 동점골과 오심이 의심되는 상대팀의 결승골, 그리고 이어 벌어진 3·4위전의 승리와 값진 동메달은 보는 이에게 안타까움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30대라는 나이와 열악한 환경도 그들의 집념의 골을 막을 수 없었다. 이는 그들의 땀, 주연과 조연을 구분하지 않는 선후배 간의 끊임없는 대화, 국민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선진 스포츠 강국의 인프라와 지원을 뛰어넘는 이러한 영광은 숱한 어려운 과정을 거친 벤처업계의 오늘과도 너무나 닮은 모습이었기에 나에게 그 감동은 더욱 깊게 다가왔다.
벤처업계도 과거 어려운 경제상황과 고통의 시기를 겪으며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우리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해왔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적인 기술개발과 아이디어로 우리 경제의 핵심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매출 100조원, 1000억원 매출기업의 탄생은 기업들의 벤처정신과 이를 믿고 지원해준 정부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고유가와 원자재가 급등 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 같은 신성장 패러다임도 성장동력 창출과 더불어 벤처정신이 국가적으로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올해는 ‘세계 여성의 날’ 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자, 고용상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남녀고용평등법’을 시행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며 여성벤처협회가 설립된 지 1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기도 하다.
21세기 메가트렌드 중 하나는 ‘다양성과 개성의 시대’로 표현된다. 조직 내 다양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여성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은 조직의 창의성과 혁신 능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이는 신상품을 끊임없이 출시해야 하는 등 공격적 시장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 때문이다. 또 장기적으로 다양한 구성원을 포용하는 조직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데 더 유리하다. 즉 여성인력의 활용을 통해 기업은 최상의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유연성과 적응성을 향상시켜 성장과 생존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의 새롭고 다양한 시각을 경영에 접목시킴으로써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것도 여성인력 활용의 이유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라고 불리는 21세기에는 여성 인력의 소프트한 감성이 시대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더욱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하며 여성 직원 채용과 여성 리더 개발에 앞장 서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여성을 어떻게 잘 개발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달려 있다고 해도 무리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54%로 선진국 75%, OECD 국가 65%에 비해 아직 부족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신정부에 바란다. 최근 의료계, 법조계 등에서 여성의 우수성이 부각되고 있다. 각처에 있는 여성브레인들이 신성장동력인 중소벤처산업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이 있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더욱 밝아질 것이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여성과 여성기업의 적극적 도전 속에 진정한 여성챔피언이 탄생하길 여성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
배희숙/한국여성벤처협회장·이나루티앤티 대표이사 hsnaru@e-nar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