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6시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 방송계의 최대 축제인 제45회 방송의날 기념식이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엄기영 한국방송협회장을 비롯, 기념식에 참석한 방송계 주요 인사들의 얼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최근 방송계 내외부에 부는 바람이 심상치 않은 탓이다.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방송계가 최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변에서는 이를 ‘풍전등화’라는 말로 대변하고 있다.
KBS와 YTN은 최고경영진 교체에 따른 후유증이 장기화되고 있고, MBC·YTN· KBS2 등은 정부와 여당이 민영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구성원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역방송사들의 존립근거를 송두리째 뽑을 수 있는 위협요인으로 등장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주요 지상파방송사들이 그동안 중점과제로 추진해 왔던 현안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방송계는 현정부 들어 지상파방송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타 산업에 밀려 있다며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공영방송인 KBS는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시설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지난해 TV 수신료를 월 평균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추진했다. 수신료는 지난 1981년 정해진 이후 27년째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수신료 인상에 대한 공론화는 자취를 감췄다.
TV 중간광고 도입건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방송협회는 지난해 10월 중간광고 도입에 관한 건의문까지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여론에 밀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외부 방송환경도 녹록지 않다=자산 총액 10조원 미만 기업의 종합편성 및 보도PP 시장 진출 허용을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역시 위협 요인이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계는 전국을 단일권으로 하는 새로운 방송사가 하나 더 생겨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전국 단일 시청권은 굉장히 큰 무기며 중간광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은 특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위성방송·케이블방송 등 새로운 매체 등장으로 방송광고 시장도 예전만 못하다.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는 “인터넷 등 뉴미디어로 방송광고 시장이 전환되면서 그 여파가 지상파에 미치고 있다”며 “재원마련 방안 수립 및 구조조정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방송구조를 ‘1공영 다(多)민영’ 체제로 개편하려는 정부 여당의 움직임 역시 일부 지상파 및 보도전문 방송사에는 최대 부담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사실상 추진하고 있고,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YTN의 공기업 지분 매각 방침을 천명한 상태다.
◇M&A, 규제완화 요구 강도 높을 듯=향후 관점 포인트는 방송사 간의 인수합병(M&A) 여부 및 지상파 방송에 대한 규제완화로 요약된다.
김윤택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은 “방송 시간과 쿼터를 포함한 편성규제 및 광고 수신료 개선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며 “유료매체와 공적영역인 지상파 매체 간 비대칭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안 및 중간광고는 단계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진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실 보좌관은 “아직 수신료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어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