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가입자 확보를 위한 케이블TV와 전화 사업자 간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 점화될 조짐이다.
2분기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신규 가입자 확보전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전화 사업자인 버라이즌이 큰 폭의 가격 인하에 착수,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브로드밴드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AT&T와 함께 미국의 양대 전화 사업자인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가 전화와 인터넷을 묶은 결합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디지털가입자회선(DSL) 서비스를 6개월 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월 65달러였던 전화·인터넷 결합 상품의 가격이 월 45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케이블TV와 전화사업자 간 브로드밴드 가입자 유치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가격 인하 폭은 미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덧붙였다.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는 지난 2분기 광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IPTV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이오스(FiOS)’ 가입자가 늘어난 반면 DSL 가입자는 13만3000명이나 이탈하는 아픔을 겪었다.
버라이즌과 미 전화 시장의 양대 사업자인 AT&T는 월 20∼55달러의 현 가격 정책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버라이즌이 가격 인하 경쟁의 포문을 열면서 가입자를 지키기 위한 케이블TV 사업자와 타 전화 사업자의 응수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이 같은 전화사업자들의 공격적 행보는 전체 가구의 60%가 이미 서비스에 가입한 미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신규 가입자 유치가 더 이상 순조롭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 기관인 라이트먼그룹에 따르면 케이블·전화 사업자들은 지난 2분기에 총 88만7000명의 신규 광대역 인터넷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특히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신규 가입자의 75%를 가져가면서 전화 사업자들은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양 진영은 대부분의 사용자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매한 회사로부터 TV와 전화 서비스를 신청하는 경향을 고려할 때 인터넷 가입자를 놓칠 수 없다며 벼르고 있다.
콜린스 스튜어트의 토마스 이건 애널리스트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의 공세가 두드러지는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전화 사업자들이 최상위급 인터넷 서비스의 가격도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버라이즌과 AT&T의 광랜 서비스인 ‘파이오스’와 ‘유-버스(U-Verse)’는 둘다 미국 전체 지역의 10%에만 제공되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