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수출이 비상이다. 그동안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던 IT 수출이 세계 경제 침체 여파로 크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 8월 실적만 봐도 115억30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겨우 0.02% 느는 데 그쳤다. 11개월 만의 최저치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이런 둔화세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21.6%로 정점을 이뤘던 IT 제품 수출은 이후 5월 18%, 6월 12%, 7월 10.1%로 계속 증가율이 하락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거의 제로 수준까지 내려왔다. IT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함을 감안하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지난 8월 전체 무역수지가 32억달러 적자 난 것도 IT 분야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을 제외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컬러TV 등 IT 분야 거의 전 주력 제품이 수출 내리막길로 돌아서 더욱 걱정스럽다. 그나마 휴대폰이 남미·인도·중동 시장에서의 강세를 바탕으로 21% 이상 성장해 다행이다. 삼성과 LG가 만든 휴대폰은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할 만큼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중동·아프리카·중국 등 이른바 떠오르는(이머징) 시장은 아직 개척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최대 수출품으로 자리 매김해온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이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나, 컬러TV 수출이 20% 이상 줄어든 것은 이번 사태가 결코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나 우리가 세계 1위 품목인 D램 수출이 PC 제조업의 수요 부진으로 힘을 못 쓰고 있는데 세계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라 당분간 이런 상황이 반전되지 않을 것이다. 컬러TV 역시 최근 소니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수년 내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고 장담한 데서 알 수 있듯 수출 파고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물론 IT제품 수출이 급감한 것은 세계 경제 침체라는 외부 변수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에서 우리 힘으로 어찌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 침체라는 외부 탓만 하기에는 우리 경제가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 앞으로 민관의 더욱 큰 분발이 요구된다. 우리가 소득 3만, 4만달러를 달성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수출이 활성화돼야 하고, 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IT 분야가 제구실을 해줘야 한다.
이번 수출 실적을 보면 중국과 미국이 증가한 반면에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감소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외에 더욱 경쟁력 있는 IT수출 품목이 없는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것도 요구된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전자정부와 u시티 등을 어떻게 고급 수출 품목으로 육성할지에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