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SW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을 꿈꾸며

[ET단상]SW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을 꿈꾸며

 지난 8월은 올림픽으로 대한민국이 더욱 뜨겁게 달구어졌다. 많은 국민이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는 모든 경기를 하나하나 챙겨보며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예상 외의 좋은 성적을 거둔 덕도 있겠지만, 열악한 훈련 환경 가운데서도 국민에게 금·은·동빛 기쁨을 안겨주었던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모습에 새삼 마음이 뜨거워졌다.

 고군분투한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 소프트웨어(SW) 산업의 모습이 떠올랐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듯 국내 SW 기업에도 그간의 열악한 환경과 대우를 보상받을 수 있는 소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내 중소 SW 업계에도 이러한 낭보가 들리기를 기대하며 중소 SW 시장의 활성화 방안과 정부의 적절한 개입을 통한 바람직한 시장 형성 방향을 얘기하고자 한다.

 지난해 말 시작된 미국발 경제 불황은 국내 경제에도 곧바로 직격탄을 날렸으며, SW 업계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모두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지만, 상반기 실적은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났다.

 SW 기업의 실적을 보면 이러한 현실을 이내 파악할 수 있다. 올 상반기 자금력이 약한 중소 SW 기업은 정부의 IT 프로젝트 중단 또는 연기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반면에 대형 IT서비스 업체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으며 공공부문에서 작년 대비 최대 40% 이상의 실적을 올린 것이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을 제도적 측면에서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정부는 지난 2004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입찰 참가 하한제를 도입, 시행 중이다. 그리고 사업 금액의 현실화를 바라는 시장 요구에 따라 2007년 사업 금액을 기존의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 중소기업의 입찰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중소기업도 큰 규모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 준 것이다.

 하지만 정보시스템의 고도화 등으로 공공 SW사업 규모가 지속적으로 대형화됨에 따라 제도 도입 당시에 비해 중소기업의 참여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수주 기회는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또 국내 그룹사들이 내놓는 거의 대부분의 IT 프로젝트를 계열 IT 서비스 업체가 독식하고 있는 구조도 무시할 수 없다. 대형 IT 서비스 업체는 그룹사 프로젝트에서 먼저 목표 수익을 달성한 후 공공시장에도 뛰어들기 때문에, 공공시장 하나에 사활을 건 중소 SW 업체 간의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한 국내 SW 업체는 ‘1원’ 입찰로 사업을 수주했다고 한다. 이러한 출혈 경쟁은 곧 중소 SW 기업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MS·오라클 등 세계 최대의 SW 기업이 포진해 있는 미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 의회는 1953년 정부기관의 지원을 통한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청을 설립하고 중소기업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1997년 연방 조달계약의 20%를 중소기업에 줄 것을 요구했으며, 최근 그 비율을 23%까지 늘렸다. 실제 미 정부는 2006년 3400억달러의 정부 계약 건 가운데 776억달러를 중소기업과 맺었다. 1999년 이래로 전체 계약의 23%, 또는 그에 근사한 비율로 중소기업과 계약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중소 SW기업의 선전을 위해 정부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 간 경쟁에 전체 계약의 25%를 할당하고, 현행 20억원 이하의 대기업 참여 제한 금액을 30억∼5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룹사 계열 IT서비스 업체 IT 수요물량 공급비율을 50%로 제한하고, 나머지 50%는 타 기업 간의 자율 경쟁이나 타 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중소기업들끼리 경쟁할 수 있는 하나의 ‘리그’가 마련된다면, 더욱 탄탄한 성장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황의관 핸디소프트 대표 eghwang@handyso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