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칩 1위 업체인 퀄컴발 ‘휴대폰 교체 수요 위축설’이 휴대폰 업계를 뒤흔들었다.
3일(현지시각)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이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애널리스트들과 외신의 우울한 전망이 잇따라 쏟아졌다.
좀처럼 진정될 줄 모르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신형 휴대폰 구매를 망설이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휴대폰 제조업체는 물론 칩제조업체와 휴대폰 판매업체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진다’=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이날 케이블TV ‘CNBC’와의 인터뷰에서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몇몇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제이콥스 회장은 특히 “한국, 일본 등 개발국가의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최대 2년까지 보유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퀄컴의 이같은 예측은 최근의 경기 침체와 맞물려 2분기 전문가들의 낙관적인 예측을 뒤집어 놓았다.
JP모건의 에후드 겔블럼 애널리스트는 “3·4분기 휴대폰 판매량이 각각 당초 예상치인 3억1000만대와 3억5500만대에서 3억300만대와 3억4500만대로 줄어들 것”이라며 “수요 침체는 고가보다 중저가 제품에서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키아가 최근 올해 전세계 휴대폰 판매 성장률을 1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것과 달리 겔블럼은 성장률이 9.5%에 그칠 것이라는 새로운 전망치를 내놨다. 휴대폰 칩 2위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케빈 마치 최고재무담당임원도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에서 휴대폰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휴대폰 증시, ‘검은 수요일’=대형 칩 공급업체와 금융·증권가의 이같은 어두운 예측은 즉각 관련업체들의 주가에 반영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휴대폰 업체들의 주가는 이날 평균 4% 떨어졌다.
퀄컴의 주가가 3% 하락한데 비해 노키아와 TI의 주가는 각각 4.5%, 4.3%나 추락했다. 리서치인모션의 주가 역시 4.3% 내려갔다.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이같은 휴대폰 수요 위축설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나온 터라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프리&코의 빌 최(Bill Choi) 애널리스트는 “폴 제이콥스 회장의 발언은 연휴 쇼핑 시즌의 휴대폰 수요 위축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켰다”며 “연휴 기간의 수요 정체는 휴대폰 제고 적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휴대폰 제고는 소니에릭슨처럼 4분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업체들의 이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구형 휴대폰의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입자당수익률(ARPU)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유일한 수혜자 ‘애플(?)’=영국의 휴대폰 전문 온라인 매체인 셀룰러뉴스(cellular-news.com)는 휴대폰 교체 주기는 시장 상황에 따라 상이하다고 지적했다. 음성 통화 위주의 제품이 지배하는 인도에서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긴 데 비해 휴대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선진국에서 최신 기능으로 무장한 신형 제품의 판매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
워싱턴포스트는 수요 위축설에도 불구하고 최근 3세대 아이폰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애플은 유일한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2세대 아이폰을 선보인 애플이 불과 13개월만에 기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가격이 저렴한 3세대 아이폰을 내놔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