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주식시장에서 IPTV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급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통령 보고 내용이 촉매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방통위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에게 IPTV를 비롯, 와이브로 및 인터넷전화 등 신규 서비스를 활성화해 앞으로 5년간 9조원에 이르는 생산을 유발하고 3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보고했다. 게다가 IPTV의 강점 가운데 하나인 교육 콘텐츠를 집중 지원, 1조4000억원가량의 사교육비를 줄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록 장밋빛 일색의 기존 전망을 일부 수정하기는 했지만 방통위의 보고는 공식적으로 IPTV 육성 방침을 천명한 셈이다. 반갑고 다행스럽다. 그럼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용을 촉진하고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을 유도한다는 목표는 분명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10월에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고 교육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히 방통위의 고유 권한이다. 문제는 도무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서비스 당사자들의 이해 다툼이다. 지상파 재전송 문제의 해결이 없다면 IPTV를 둘러싼 모든 담론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업계, 통신 진영이 한데 뒤엉켜 서로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 이상 협상은 불가능하다며 법정 소송으로 옮겨갈 조짐까지 보인다. 통신 진영은 지상파 쪽에 최후 통첩을 냈다. 재전송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면 일단 선전송, 후정산 형식으로 방송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자 선정과 상용 서비스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핵심인 지상파 재전송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지상파, 케이블 등 방송사들과 통신사업자들의 이전투구로 IPTV는 시작부터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
이해당사자들의 자율 협상이 어려운 것은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재전송에 따른 비용 지급은 서로 간 제로섬 게임이다. 받는 쪽은 한푼이라도 비싸게 팔아야 하고 주는 쪽은 비용을 절감할수록 이윤창출에 도움이 된다. 이런 갈등은 위성DMB에서 충분히 학습된 것이다. 그래서 IPTV는 사업자를 선정하면 곧바로 이륙하는 여타 서비스와는 성격이 다르다. 허가권을 쥐고 있고 규제 감독권까지 확보하고 있는 방통위의 역할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기업 간 협상에 정부가 나서서 구체적 액수를 조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IPTV가 한국 IT산업의 동력 가운데 하나인 전략 품목이라면 현 상황에서 뒷짐만 지고 있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방통위가 일정 부분 거중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서로가 마지막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객관적 방향성 정도라도 제시하라는 것이다. 파국을 막고 타협을 종용하는 수준이라면 방통위가 기꺼이 개입할 일이다. IPTV,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